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글 창작)야경의 끝으로 1
의외성.
이른바 다른 이면을 가지는 이들이 있다고 흔히 말한다.
나도 이런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였다.
단체 생활을 하면서도 몇 번 본 기억도 어렴풋이 있었던거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입학식 이후 반에서 늘 하던 자기 소개 시간에 밝게 첫 인사를 건네며 붙임성 좋던 친구도 반을 깎아 내리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사람.
활기차고 주변에 사람도 많으며 돈도 많이 있을거 같이 생긴 외국인 미소녀가 실은 애니송 밴드하고 싶어서 넘어와서는 다니고 있는 밴드를 애니송 밴드로 만들려고 하며 일본에 머무르는데 돈 없다고 동인만화 만들어서 코믹스에 내서 생계를 어찌저찌 유지하는... 사람이라던가.
성실하지만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아, 1년 동안 말이 없다 술만 마시면 개차반이 돼선 베이스및 앰프 자재를 부수고 아무도 모르는 회식 자리에 껴들어서 공짜 술을 퍼마시며 심지어 술을 사마시는데 돈이 없어 팬들에게 빌리는...... 그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
어쨌든, 사람의 내면 안엔 아직 보지 못한 의외성이 늘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이 사실은, 본인에게 적용해도 마찬가지이다. 10시에 자면 오전 6시엔 일어나 밝은 아침을 맞이하고, 아침 러닝을 뛰고 씻은 다음 아침 끼니를 거르지 않게 매번 성실하게 노력하지만 가끔은 좀 더 자고 싶을 때도 있고, 밤 늦게 까지 좋아하는 앨범들을 듣고 싶고, 드럼 연습에 조금 지친다 싶으면 동료 밴드 멤버와 함께 술을 마시며 신주쿠 길거리를 거닐고 싶으며, 자유로운. 그런 생활을 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평범한 사람의 생각이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가진 나는 평범하지 않는가? 라고 다시금 물어본다면 반박하기 어렵다. 늘 성실하니까 가끔은 이래도 돼. 라는 건, 조금은 경직 돼 있던 자신을 풀어주기 위한 정당한 보수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실은 그간의 있던 그녀의 행동 또한, 실은 정당한 것이 아니였을까.
밴드를 시작하기 전부터, 거의 평생을 소심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던 그녀는 그간의 행동에 보답을 받고 싶어 하는 걸까?
알 수 없다.
몇 년을 가까이서 그녀를 지켜봤지만 난 아직도 그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가끔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빛을 가진 그녀를.
조금은 수익을 보장받게 되고 밴드의 규모가 커진 무렵. 무대 수용 공간이 넓어 평소보다 많은 인파들이 자리를 채워 넣는다. 입석인데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많은 이들이 식핵을 봐주기 위해 모여주셨다. 인파 뒤엔 팬들이 손수 만든 것 같은 휘황찬란한 플랜카드 또한 눈에 보였다.
[나만의 작은 식핵, 이젠 모두 알아버리네]
내용을 보자 꽤 옛날부터 응원해주던 팬 분들이라는 걸 바로 눈치채고 웃음기가 지어졌다.
‘와, 2년 전 버스킹 할 때부터 있던 분들 지금도 계시네.’
지금껏 해온 밴드 생활을 보답받는 것 같아 자연스레 인사를 할 겸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히로이도 눈치챈 듯 말을 이어갔다.
“와~ 버스킹 때부터 있던 분들이시잖아~ 와줘서 고마워~”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와서 긴장을 풀겠다고 평소보다 더 많이 술을 마신 그녀였지만 아직은 상체만 조금 균형을 잃을 뿐, 괜찮은 듯 싶었다. 저번에는 아예 무대에서 토해 버린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엔 제발 그러지 않길 속으로 기도하지만, 세상일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이런 내 초조한 마음을 조금은 덜어주듯, 일라이자가 히로이에게 다가가 물을 건네준다.
“술 기운 조금 깨셔요~ 히로이씨. 찬 물이에요.”
“응, 고마워. 일라이자. 역시 술 기운이 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긴 해. 아무리 그래도 손은 떨리면 안 돼니깐..”
물을 건네받은 히로이는 손님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하더니 물을 조금 마셨다. 역시 오늘은 조금 심했나 보네. 술엔 취해 있어도 들으러 와주신 손님들 생각은 절대 잊지 않는다. 무대에 술을 퍼마시고 오는 것 자체가 안된다고는 생각하지만 오늘의 히로이는 이 정도면 충분히 감당할 만 할 것 같았다.
손의 떨림이 멈춘 식핵의 리더, 히로이는 밝게 웃으며 베이스를 쥐어 하늘 위로 들어 올린 채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그럼~!!! 시작 할~까! 준비 됐어어~!?”
야. 히로이. 히로이! 이젠 일어나봐 좀.
으헤..? 시마야아...? 여긴 어디?
너는 잘 나간다 싶더니만 진짜.. 하아.. 일단 택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
택시이..? 비싸서 못 타아~ 아직 빚도 다 안값았는데~
아씨.. 그럼 내가 내줄테니깐 가만히 있어! 알겠냐.
진짜? 아싸~! 그럼 우리 집까지 따라 올 거야? 못 씻는데.
우리 집으로 가면 돼지 뭐. 이제와서야..
진짜로? 야호~ 좋아좋아 헤헤..
몸은 괜찮아?
몸? 웬 몸? 그러고 보니 뒤통수랑 등 전체가 조금 아픈거 같기도 하네에..
이번엔 마지막 곡 끝나고 관객들한테 헹가레 받으려고 뛰어들더만. 그래서 너 바닥에 처 박혀가지고 다들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몸 상태 보니 크게 다친 건 아닌거 같아서 병원까진 안가지만.. 아프면 꼭 말해줘야 돼. 알겠어?
응, 알겠서.
생각보다 고분고분하네.
응.
.....
.....
궁금했는데, 왜 뛰어 들었어?
자유를 찾아서!
...물어본 내가 등신이지.
헤헤...
.....
.....
거짓말하지 말고 말해. 너 되도 않는 말은 평소에도 자주하지만, 그런 말들은 길게 했음 길게 했지. 말이 짧으면 거짓말인거 다 아니까.
.....그렇게 티나나..? 헤헤.
왜 그랬어?
그냥... 응... 나도.. 추억을 쌓고 싶어서.
추억? 웬 추억?
최근에.. 문화제를 다녀왔거든. 슈카고에서 하는 문화제보러.
아, 응. 기억나 이지치 선배 동생이 하고 있다는 밴드 보러 간다고 했지.
응, 동생 쪽도 관심은 있지만.. 그 보다 우연히 만나서 버스킹했던 애가 있거든. 그 쪽이 더 관심 있어서 가 본 건데.. 거기서 정말 재밌던게 뭔지 알아? 페그가 고장나도! 현을 끊어 먹어도! 기타를 치더라! 라이브를 하던 도중에서! 내가 버린 빈 술 병 가지고 보틀넥을 치더라! 내가 점 찍어둔 녀석이긴 했지만 정말 재능있더라. 끝엔 결국 무대에 몸을 던지긴했지만.
...대단하긴 한데..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냐?
그러게! 모르겠네! 뭔가 보여줘! 라고 내가 말해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랬던걸지도?
그럼 니탓이잖아! 멍청아!
으헤헤헤 그런가아~?
그래서.. 너도 그거 따라하고 싶어서 몸을 던진거야?
응.. 그런가아..? 응.. 난.. 뭔가.. 뭔가.. 설명하기.. 어렵네에..
하아.. 기다려줄테니깐 천천히 생각하면서 말 해 봐.
응.
.....
.....
그냥.. 그냥.. 부러웠어. 아직 수습 할 수 있는 많은 시간들도 있고.. 잊을래야 잊을수 없는 추억까지도 가져가고. 나 알잖아..? 대학교 때까지 소심하고 말 주변 없는.. 녀석이었던거. 너랑 말하는 것 까지도 1년이나 걸릴 정도로 말 주변도 없어서.. 고등학교 때도.. 실은 엄청 밴드하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었으니까..
.....
그래서... 따라하고 싶었어. 나도 그런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술에 의존하면서라도.. 해보고 싶었어.
그러냐.
응.
진짜 많이 취했네. 집 앞까지 엎어 줄테니까 좀 자.
응, 고마워..
그래.. 잘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