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보키타ss) 정답은 눈동자 속에

주.
2025-08-01 23:11:53
조회 73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bocchi_the_rock/1756881

원문


의역 좀 많음

*

뒤에서 타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나더니, "히토리짱!"하고 내 이름을 불렸다.

첫음절 '히' 만으로도 기쁨으로 심장이 뛰어오를만큼 나는 키타쨩을 좋아하고,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임을 자각하고 있다.

"히토리쨩, 좋은 아침!....그보다, 뭐야 눈 밑의 다크서클 엄청나."

"앗, 좋은아침입니다, 키타쨩."

"어제 잠 안 잤어? 신곡 작사 힘들어?"

"아, 아뇨, 이상한 꿈을 꿔서... 그 후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꿈의 영상이 눈앞의 키타쨩과 겹칠 것 같아서 황급히 머리를 가로저어 잡념을 떨쳐냈다.

꿈 속의 키타짱은 지금처럼 내 눈앞에 있었고 나에게 웃어 주었다.

다른 것은 내 쪽이었고 아무 망설임 없이 그녀를 만지고 있었다.

끌어안거나 뺨을 문지르거나 부드러운 머리칼에 손가락을 넣어보거나.

어떤 식으로 만져도 키타쨩은 행복하게 웃어 주었고, 내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 주었다.

얼마나, 이 얼마나 형편 좋은 꿈인가.

잠에서 깨어나자 남은 것은 허망함과 갈 곳 없는 열정뿐이었다.

꿈은 소망이 반영된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알기 쉬워서 어이가 없었다.

"이상한 꿈은 어떤 거야? 무서운 꿈?"

"앗,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쪽인가 하면 좋은 꿈인데요...."

"밤중에 깨기도 하는거지."

갑자기 키타쨩의 손이 뻗어 나와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키타쨩의 손끝이 내 눈 밑 주위를 문질문질 쓰다듬어 준다.

"이렇게 마사지해주면 조금 옅어진대. 전에 본 메이크업 영상에서 그랬어."

"앗, 엣, 아 네……"

키타쨩은 이렇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나를 만진다.

내 쪽은 꿈의 여운으로 얼굴조차 제대로 못 보는데 이렇게 만져지는건 심장에 너무 안 좋아.

꿈속이기에 느낄 수 없었던 키타쨩의 체온이라든가 감촉이라든가 향기라든가, 그런 것들이 일제히 밀려와 순식간에 한도초과다.

목소리는 떨리고 시선은 수상한 사람처럼 여기저기로 방황하고 만다.

키타쨩은 내 모습을 눈치채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내 거동이 수상해서인지, 즐거운 듯 양쪽 눈 아래를 계속 부드럽게 마사지 해주었고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저기, 히토리쨩. 또 밤중에 깨면 나한테 전화 해주지않을래?"

"앗, 네? 아니, 안 돼요. 키타쨩은 자는 시간이고...."

"그래도 그렇게 둘이서 얘기하고나면 기분전환이 돼서 잘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데."

"무무무무무리입니다. 애초에 통화같은건 음캐에겐 허들이......"

"정말이지, 히토리쨩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는데. 그럼 통화가 아니라 로인만이라도 좋아. 그러고나면 히토리쨩의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대화 내용이 간지러워서 점점 키타쨩의 얼굴을 볼 수 없게된다.

상냥한 키타쨩이 나를 챙겨주고 있을 뿐인데 뻔뻔한 착각을 해 버릴 것만 같다.

히죽히죽 웃어서 기분 나쁜 얼굴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걷고 있는데 문득 깨달았다.

아까부터 묘하게 손과 손이 닿고있다.

옆을 걷는 키타쨩의 손등이 내 손등에 슬쩍 닿았다가 잠시 떨어졌다가 이내 다시 붙는다.

키타쨩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눈치채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모르겠어.

이건 우연. 그저 손은 어쩌다 부딪히고 있을 뿐.

두근거리는 건 나뿐.

그렇게 몇 번이나 자신에게 타이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하는데, 손등이 붙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키타쨩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더니, 스르르 쓰다듬어지는 감촉에 움찔 튀어오르고 말았다.

"....키, 키타짱? 손이......."

"손이 왜?"

키타쨩의 얼굴을 봐도 생글생글 미소짓고 있을 뿐.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는 웃는 얼굴이지만 이 손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서 도망치고 싶어.

키타쨩의 손이 기분좋아서 계속 만지고 싶다.

상반된 두 기분이 뒤섞여 머릿속은 이미 엉망이다.

아찔함에 쓰러질 것만 같은 내 옆에서 키타쨩만 태연하게 즐거운듯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변덕이나 장난으로 하는 일이라면 빨리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그치만 그런게 아니라면... 키타쨩은 무슨 생각으로 나를 만져주는걸까?
 
그러는 사이 교문 앞에 도착해서 키타짱의 손이 스윽 떨어져 나가고 키타짱은 다른 아이로부터 말을 걸리기도 해서 둘만의 등교는 거기서 끝.

교실에 들어서자 키타쨩은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나는 조용히 그 옆에서 페이드아웃했다.

맞아, 원래대로라면 그녀와 나는 이정도의 거리감이야.

떠들썩한 무리와 동떨어진 자리에 뚝 떨어진 한 사람, 가방에서 교과서를 꺼내거나하며 머리를 식혀본다.

그런데 떠들썩한 무리의 중심에서 키타쨩이 힐끔힐끔 내쪽을 쳐다봐오니까, 아무리 지나도 안정이 안 돼.
 

만약, 정말 만약에 같은 마음이라면.

상냥함이라든가 변덕이라든가 그런게 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든가 나의 꿈을 꾸고 싶다든가, 손에 닿고 싶다든가 생각해주고있다면.

일단 생각하기 시작해버리면 더 이상 멈출수 없어서 수업 따위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된다.

조금 전까지 키타쨩에게 닿았던 손가락 근처가 아직 뜨겁다.

아마 오늘 밤도 괴로운 밤을 보내게 될 것 같다.


**


"이건 친구 이야기인데요."

"?"

 알바 전의 자투리 시간, 신곡 미팅이 일단락된 타이밍에 꺼낸 내 말을 들은 눈앞의 료 선배는 무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갸웃했다.

나에게 친구가 없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에 이 서두는 부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커뮤증이기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지금당장 능숙하게 꾸며내는일 같은건 할 수 없다.

료 선배가 말없이 계속하라며 재촉하듯 턱을 살짝 치켜들었으니 그냥 그대로 말하기로했다.

"그, 그 친구는 어떤 사람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고"

"응."

"그게 말들이나 태도같은게, 그런 것들이.... 어쩌면 사, 사랑받고 있는걸까~, 아니 착각이지~, 같은 순간들이 있었던것 같아서. 아니, 있어서....."

"그 사랑받는다는건 연애적인거?"

"앗, 그, 그렇습니다."


초조함과 긴장으로 목이 바짝 말라 눈앞의 페트병을 벌컥 한 입.

연애적인거라는 말에 왠지 료 선배가 귀찮아하는 얼굴이 된 것 같다.

이야기를 그만두면 어쩌지 생각하니 괜시리 초조해지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 밖에 상담할 만한 사람은 없으니까, 료 선배가 도망치면 곤란하다.

니지카쨩은 상냥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격려해 줄 것 같지만 지금은 객관적인 의견을 원하고 키타쨩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논외.

점장님이나 PA씨에게 개인적인 상담을 하는 것은 아직 무섭고, 언니에게 이르러서는 '마시고 잊어버려~' 라는 말을 들을 것만 같다.

"앗, 그게, 어느 때 그렇게 생각했느냐면, 예...예를 들어, 둘이서 걷고 있을 때……"

"봇치."

"앗, 네."

"요컨대 그것이 정말로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 단순한 착각인지 확인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는 얘기잖아."

"앗,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빨라서 정말로 도움이 되지만, 귀찮으니까 빨리 끝내고 싶을 뿐일지도 모른다.

표정에서 아무 것도 읽을 수 없는 료 선배의 말을 긴장한채 기다리고 있는데, 어째선지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하더니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나타난 것은 입소문이 난 카페 혹은 레스토랑의 홈페이지 사이트인 것 같다.

"여기 카페. 여름에 생긴지 얼마 안 됐는데 카레가 맛있대."

"앗. 네.....네?"

"한 턱 쏘는걸로 합의."

"……즈, 즉슨?"

"있어, 궁금한 사람의 기분을 확인하는 방법."



****


길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속눈썹.

빛의 각도에 따라 노란색이나 녹색을 띠는 것처럼 보이는 예쁜 눈동자.

기뻐하거나, 놀라거나, 진지하거나, 감정에 맞춰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큰 눈.

아무리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이대로 계속 보고 싶다...

같은걸 생각하면서 기척을 죽인채 살며시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는데, 갑자기 기타 연주가 멈추고 그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기에 빛의 속도로 눈을 돌렸다.

"왜 그래? 히토리쨩. 어디 실수했어?"

"아, 아뇨."

"그치만 이쪽 보지 않았어?"

"아니요, 설마 그런...연습 계속합시다."

키타쨩이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눈동자가, 그렇다기보다 그 존재가 정말로 발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항상 반짝반짝 눈부셔서,

그늘 속에 사는 음캐인 나는 이 빛 앞에선 언제나 지워져버릴 것만 같다.

그런 내가 키타쨩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관찰하다니...알고는 있었지만 허들이 너무 높았다.

료 선배 역시 무리예요…라고 머릿속에서 울어버리고만다.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면 동공이 커진다.

그게 료 선배가 알려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확인하는 법'이었다.

동공이란 눈동자 가운데 있는 새까만 부분으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정하기 위해 펴졌다가 쪼그라든다.

눈동자에 좋아하는 사람을 비출 때는 마치 장난감을 앞에 둔 고양이처럼 동공이 크게 열린다는 것 같다.

그러니까 만약 키타쨩이, 말이 안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만약에 나를 볼 때 동공이 커졌다고 한다면....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도전하기를 수십 번, 키타쨩의 눈동자를 몰래 훔쳐보는 것 까지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안타까운 음캐의 특성인지 반사적으로 문득 눈을 피해 도망쳐 버린다.

동공을, 심지어 나를 보고있을 동공을 체크하려면 필연적으로 서로 마주보는 일이 발생한다.

키타쨩과 가까이서 서로를 바라보다니...상상하는 것만으로 녹아 버릴 것 같아.

애초에 키타쨩이 나를 좋아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

동공 따위는 잊고 지금은 기타 연습에 집중하지 않으면......이라고 생각해 다시 고개를 들자, 아직 키타쨩에게 빤히 쳐다봐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뭔가 뭘하고 싶은거같은데, 조금 상태가 이상하다

입을 열었다 다시 닫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다.

말하기 어려운 거라도 있나? 내가 물어보는 게 좋을까?라고 생각하지만 커뮤증이기 때문에 그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잠시 후 키타쨩이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있잖아, 히토리쨩."

"아, 네."

"역시 오늘 나를 계속 쳐다봤지?"

......큰일이다.

키타쨩이 눈치 채기 전에 숨길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들켜버렸어

그야 아침부터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아무리 눈이 마주치기 전에 피했다 하더라도 시선은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기분 나빴을 거야. 스토커 같은 행동을 해 버렸다.

아무리 사과해도 불쾌한 생각을 하게 해 버린 사실은 사라지지 않을테고 적어도 배를 갈라 사과를…….

"저기, 그래서말야. 뭔가 나랑 이야기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해서"

"할복으로 어떻게든.....네?"

"봐봐, 지금이라면 단둘이 있고...그 밖에 아무도 듣지 않을테고......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면 좋겠어."

손과 손을 머뭇거리며 비비거나 이쪽을 힐끗 보고 바로 시선을 떨어트리는 등 안절부절 못하는 키타쨩.

뺨도 붉게 물들어 있고 쑥스럽거나 수줍어 보이기도 한다.

절대영도만큼 차가운 눈동자에 업신여김을 받으며 '스토커같은 사람은 무리, 사라져' 같은 말을 듣겠거니 각오하고 있었는데, 부끄러워하면서 말 해줬으면 한다니...무슨 말이지?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라는 뉘앙스로도 들리지도 않았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앗, 아뇨, 그게……말하고 싶은건 딱히 없는데요……"

"그래? 정말? 사양 안 해도 되는데?"

"앗, 말하고 싶은거랄까, 부탁이라면 있습니다만……"

"뭐야뭐야? 뭐든 말해?"

"그게 눈을 보여주실래요...?"

"눈?"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키타쨩.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OK해주었다.

아무리 몰래 훔쳐봐도 결국 들키고 말았고,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서로를 쳐다보는 일은 절대 할 수 없을테고, 그렇다면 차라리 키타쨩에게 부탁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몇 초만 녹는 걸 참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럼, 시...실례하겠습니다......."

"어, 뭐어? 히토리쨩?"


의자에 앉아 있는 키타쨩의 정면에 서서 몸을 숙였다.

우리가 있는 빈 공간은 어두컴컴하기 때문에 동공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얼굴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내가 내려다보는 모양새이기에 키타쨩의 턱을 살짝 들어 위를 향하게하자 키타쨩이 나를 올려다보는 모습이 됐다.

도중에 눈을 돌리거나 얼굴을 움직여도 곤란하기 때문에 키타짱의 뺨에 양손을 곁들여 단단히 고정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단단히 준비하고서 키타쨩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려 하자 키타쨩이 몹시 동요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는 시선이 평소의 나처럼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있다.

"앗. 무슨 일 있어요?"

"그, 그게말이지... 급전개라 조금 마음의 준비가....!"

"앗, 역시 싫나요?"

"아니! 싫을 리가 없어. 하지만......"

키타쨩의 방황하던 시선이 내 시선에 응해 마주보는 채로 고정되었으니, 이제 겨우 동공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키타쨩의 좋은 향기가 두둥실 풍겨와 순간 기세가 꺾였지만 이것은 눈을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동공의 관찰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 한구석부터 긴장감이 돌고 이어서 표정마저 긴장되는 기분이 들엇다.

손 위에 얹은 키타쨩의 뺨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 같은데 석양이 비치는 시간이니까 조금 더운가봐. 

그런데 동공의 크기를 확인하려는데 키타쨩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두 눈이 꼬옥 감겨 버렸다.

"....키, 키타짱?"

"으, 응."

"저기......눈을 뜬 채로 있어 주었으면 합니다만...."

"어! 뜬채로 하는 거야?"

"앗, 네. 떠주세요"

"그, 그런거구나... 처음이라 잘 몰라서..."

".......? 아, 저도 이런건 처음입니다만......."

"그렇네, 서로 처음이니까...... 그래도 드라마 같은데서는 눈은 감고 있었던 것 같아......뭐, 그치만, 히토리쨩이 뜬 채로가 좋다면...... 조금 부끄럽지만 노력할게."

동공을 보고 싶은데 눈을 감으면 안 보일게 당연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정리된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키타쨩이 말했던 처음이라던가 드라마라던가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아무튼 이 거리감을 오래 유지하고있으면 키타쨩의 눈부심에 역으로 당하고 말테니까, 지금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관찰을 이어가기로 했다.

키타쨩이 큰 눈을 똑바로 떠주고 있어서 눈을 보기 쉬워졌지만, 저녁의 어두컴컴함에 더해 내 얼굴이 그림자를 드리워서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가 덮이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기울인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싶어 얼굴을 천천히 가까이 가져갔다.

키타의 양손이 나의 어깨에 살포시 얹어졌어...라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강한 힘으로 홱 밀려나고 만다.


"여, 역시 안 돼!"

"앗, 엣, 죄죄죄송합니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퍼스널 스페이스 브레이커인 키타쨩이라도 역시 기분 나빴던 걸까?

아니면 나 같은 음캐와 오랜시간 서로를 바라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일까?

미안함과 충격으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졌는데, 키타쨩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채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말을 먼저 해줬으면 좋겠어......."

"어?"

 말을 먼저 해? 무엇을? 눈을 보여달라고 부탁했고 동의해 줬는데 그것만으로는 말이 부족했단 말인가?

확실히 돌이켜 생각해보면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키타쨩은 영문을 몰랐을 것이다.

남에게 부탁할 때 숨기는 것은 좋지 않다.

"죄송합니다, 실은........" 으로 시작해 료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설명해가자 키타짱의 새빨갛던 뺨이 조금씩 가라앉은 대신 왠지 복잡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동공이라니, 그런…….나는 틀림없이."

"틀림없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동공으로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거야?"

"아, 네, 그래요. 료 선배님이 해준 얘기이고 장난치신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신경쓰여서요. 어, 그래서 여러 사람의 눈을 봤다고나 할까......"

"여러 사람?"

"그, 그래그래요. 여러 사람의. 키, 키타쨩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동공도 보여달라고 햇습니다."

"흐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애처로운 변명에 대해 키타쨩은 반신반의하는지 빤히 쳐다보는 눈으로 이쪽을 가만히 보고 있다.

그치만 '키타쨩의 동공만 보고 싶었어요.' 같은걸 말해버리면 '당신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라는 사랑 고백이 되어버리고, 이런 변명밖에 생각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어.

다른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후타리와 지미헨입니다라고 말할 수 밖에……같은걸 생각하고 있는데 키타쨩으로부터 전혀 다른 질문이 날아왔다.

"그래서 어땠어?"

"어?"

"내 동공. 커졌어?"

"앗, 그게... 아, 아마 보통 크기였어요."

"뭐야. 그 이야기는 역시 료 선배님의 농담이 아닐까? 그치만 그 말대로라면......"
 
키타쨩의 말 끝에 덧씌워지듯 하교 시각 5분 전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 서두릅시다! 하고 키타쨩이 후다닥 짐을 싸기 시작했기 때문에 나도 서둘러 기타를 정리한다.

하교 시각이 지나면 현관문이 잠겨 선생님에게 주의를 받게 되니 부랴부랴 신발장으로 향했다.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밖으로 나오자 주변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고 하늘에는 일등성이 보이고 있다.

오늘은 잠시 후 STARRY에 집합해서 4명이서 연습하기로 되어 있었다.

"스튜디오 연습, 일주일만이라 기쁘네."

"앗, 그렇죠. 모두랑 맞춰볼 수 있고."

"다음 노상 라이브도 가까우니 열심히 해야지!"

"앗, 네, 힘냅시다."

아무래도 동공 이야기는 조금 전에 끝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그 이상 파고들어 들통나지 않고 끝내서 다행이야....라고 머릿 속으로 생각하다가, 무슨 얘기를 하다가 대화가 끝났더라? 하며 걸으면서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키타쨩이 자신의 동공은 어땠냐는 질문에 어두워서 결국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보통 크기였습니다라고 대답했던가?

그랬더니 키타쨩이 그 이야기는 농담이라고......

어라?


".......앗!"

"무슨 일이야, 히토리쨩?"

"아, 아니, 아무, 아무 것도......"


그 말대로라면 내 동공은 커지고 있을껄?


조금 전 키타쨩이 말한 의미를 이제야 이해하고 심장이 경종처럼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다.

뻔뻔한 착각이 아니었던걸까?

정말로 키타쨩도 나를......?

갑자기 손등이 찰싹 맞닿아서 나도 모르게 뛰어오를 것만 같았다.

옆을 보면 곁에 있는 카타쨩과 시선이 확실히 마주힌다.

그 눈동자 속에 기대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착각이 아니라는 것으로 괜찮을까.

"키, 키타쨩!"

"......응."

"앗, 그게 손, 여, 연결해도 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타쨩에게 손을 꽉 쥐였다.

조금 부끄러운 듯이, 그리고 매우 기쁜 듯이 웃는 키타짱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둔감한 나라도 역시 알아차리고만다.

애써 동공 따위는 관찰하지 않아도 이러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키타쨩. 역시 아까 료 선배님 얘기 진짜인 것 같아요."

"뭐? 하지만 내 동공……"

"아, 아니, 저건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의 말로 거의 고백이나 다름없을텐데, 키타쨩은 아직 용서해주지 않아.

내 손을 쥐고 간지럽히며 다음 말을 기쁘게 기다리고 있다.

키타쨩이 보기에는 분명 동공을 확인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알기 쉬울 내 마음.

그래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정답은 알 수 없다.

이제 한 마디만 더, 단 세 글자만 더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