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단편 소설 - 바보 히토리

이쿠요사랑해
2025-08-21 02:55:26
조회 117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bocchi_the_rock/1778258

구석진 비품실 속에서

작은 기타 소리가 흘러 나온다.

먼지 쌓인 좁은 공간에서

들려오는 수줍은 두 기타의 연주 소리.


"키.. 키타씨.. 기타 정말 잘 치게 됐네요.."

"고마워 히토리짱.. 아직 봇치짱만큼은 아니지만.."


"슬슬 돌아갈까요.. 해가 지기 시작했네요.."

히토리쨩의 말대로 비품실의 작은 창문으로 주홍빛의 노을이 들어와 방을 가득 채운다.

학교 밖으로 나와서 함께 걷는다.



"히토리쨩, 내일 뭐해?"

"앗, 내일 말인가요.. 내일은 딱히 특별한 일정은 없네요.."

"그럼 내일 놀러가지 않을래? 우리 둘이서 말이야."

"네?! 아..으..좋.. 좋아요.."



좋았어.

히토리쨩과의 데이트 약속을 받아냈다.

일단 약속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하지?

히토리쨩은 많이 돌아다니는 건 싫어할 것 같다.

그럼 카페는 어떨까.

음.. 별로 히토리쨩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가라오케?

히토리쨩이 노래하는 걸 듣고 싶지만, 억지로 부르게 하는 것은 싫다.

영화관이 좋겠다.

앉아서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좋다.

마침 얼마전 개봉한 로맨스 영화가 있어 표를 커플석으로 2장 예매했다.

그날 밤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히토리쨩을 만났다.

그런데 봇치쨩이 매일 입던 분홍색 져지는 어디다가 두고 말끔한 데이트룩 차림으로 나타났다.

"히토리쨩, 그런 옷도 있었어?"

"아.. 네.. 엄마가 사주신 옷이에요.."

평소에는 조금씩 엉켜있던 머리도 말끔하고,

흰색 원피스에, 손톱도 정리되어 있다.

무엇보다 히토리쨩에게서 나는 은은한 라벤더 향기.

나는 바로 히토리쨩의 솜씨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마도 히토리쨩의 어머니께서 좀 손봐주신 것 같네.


"오늘 특히 더 예쁘네 히토리쨩~"

"아.. 네.. 키타쨩도.. 예뻐요.."



히토리쨩은 아직도 나를 성으로 부르는구나.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 건 싫다고 말해서?

너라면.. 이름으로 불러도 괜찮은데..




봇치쨩의 손을 잡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영화에 팝콘이 빠질 수 없지.

카운터 쪽으로 가며 히토리쨩에게 물었다.


"히토리쨩, 좋아하는 팝콘 맛 있어?"

"앗, 저는 카라멜 맛 좋아해요.."

"정말? 나도 카라멜 맛 좋아해!"

점원에게 다가가 팝콘과 콜라 두 개를 주문했다.



"주문하신 팝콘에 콜라 두 개 나왔습니다."

팝콘과 콜라를 가지고 영화관에 들어간다.

예매한 좌석은 뒤쪽에 있는 커플석이다.

"히토리쨩, 영화 기대되지 않아?"

"네.. 재밌을 것 같아요.."



영화가 시작됐다.

근데 자꾸 옆 자리에 눈길이 간다.

히토리쨩은 예쁜 다이아몬드 색의 눈으로 영화만 열정적으로 보고 있다.

히토리쨩도 참 바보.


히토리쨩의 어께에 기대어 본다.

히토리쨩은 조금 놀라는 기색은 있었지만 딱히 다른 리엑션은 없다.


영화의 달달한 부분에서 팝콘을 집어가려던 히토리쨩의 손을 슬쩍 잡았다.

영화관은 어두웠지만 히토리쨩의 얼굴이 빨개진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줄곧 영화만을 보는 히토리쨩.

히토리쨩은 내가 이렇게 대쉬하는데 먼저 하지는 않는다.


바보.


영화에서 남주와 여주가 키스를 하는 장면에, 나는 결심했다.

히토리쨩의 볼을 잡고 입술에 내 입을 맞췄다.

히토리쨩의 입술에서는 달달한 카라멜 맛이 났다.



입술이 떨어지며 침이 이어지다 끊어졌다.

드디어 히토리쨩이 내 쪽을 봐준다.

귀여워. 사랑스럽다.

이 여자는 내꺼야.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에서 나오며 물었다.

"히토리쨩, 영화 재미있었지?"

"아..... 네....."

히토리쨩의 얼굴이 4월의 진달래처럼 빨갛게 달아오른다.

"왜 그래 히토리쨩? 얼굴이 엄청 빨개!"

능청스럽게 모른척을 해본다.

"아.. 아으.."

히토리쨩, 역시 내 작전에 제대로 걸린 것 같다.

히토리쨩의 손을 덜컥 잡고 역까지 걷는다.

6시가 되어 한적한 거리에는 타오르는 노을만이 우리를 비춘다.

"히토리쨩, 나 히토리쨩을 많이 좋아해."

.
.
.

"저도.. 많이 좋아해요.. 이쿠요쨩을.."

스위치가 켜졌다.

히토리쨩을 잡고 있던 손이 빠르게 올라간다.

히토리쨩을 껴안고 가볍게 까치발을 해서 히토리쨩의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끌어 당겨준다.

다시 서로를 하나로 만든다.

이번에는 좀 오래 히토리쨩의 온기를 느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히토리쨩..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거다..?

선배들한테는.. 비밀로 하는게 좋겠지?"

"네.. 이쿠요쨩.. 좋아요.."

"그럼 내일 보자!"



히토리쨩이 등을 돌려 역 쪽으로 향한다.

나는 그런 히토리쨩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보 히토리쨩.

내 쪽을 다시 봐달란 말이야.


역 계단에 다다랐을 때, 히토리쨩이 멈춰 섰다.

히토리쨩이 내 쪽을 돌아 봤다.

히토리쨩과 눈이 마주친 나는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고는 뒤돌아서 도망치듯이 빠른 걸음으로 집 쪽으로 향했다.




바보 이쿠요.. 히토리밖에 모르는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