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일반]
스포) 과음일기 정발판 소감
원래 히로이 키쿠리의 과음일기가 연재되면
실시간으로 만.갤에 번역본이 올라와서
작년 말 AGF에서 산 애장판을 뜯어보지 않았었기에
정발본이 나온지 석 달이나 지나서 스포 달고
이렇게 뒷북을 쳐서 미안하다
사실 애장판 사놓고 뜯지 않은 이유가
'이것도 굳즈인데 굳즈에 때 묻히기 싫어' 라는 생각에서였거든
그러다가 오늘 만화 카페에 가서 주취일기 1권 있길래 보니까
생각보다 차이가 좀 있어서 끄적여봤어
1화에서 만.갤 번역에선 저기가 그냥 浜路 라고 적혀 있어서
일본어를 모르는 갤러들 입장에선 가게 이름인가 보다 넘어갔었을텐데
정발본에서는 '하마지' 라고 음독해 놓아서 확연히 느낌이 다르더라
2화 왼쪽 하단 긴짱의 대사가
만.갤 번역본에서는 '저대로 인생 끝이야' 라고
미래형으로 상당히 애매하게 적혀 있는데,
정발본에서는 '저기까지 갔으면 인간으로 끝난 거다' 라고
보다 확인 사살하는 번역으로 바뀌었어
그리고 '고등학생에게 손을 댔다' 는 부분에서
오른쪽 맨 위 부분이 '양다리' 라고 적혀 있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했을 봇부이들이 많았을텐데
정발본에서는 '피라미드 사기꾼' 으로 바뀌었더라고
히로이가 일라이자에게 매달리는 부분은
만.갤 번역본에서는 마음이 좀 크다 라고 좀 애매하게 적혀 있었는데
정발본에서는 마음이란 단어가 빠져서
시마가 빡치고 일라이자가 '이거 성희롱이에요' 라고 했던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어
만.갤 번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3화에서 히로이가 평소에 돈 떨어지면 술 얻어먹던 곳이
신주쿠 가부키쵸라고 간단히 나오는데,
1화에서 히로이가 술 취하면 저렇게 바닥에 누워서 꽐라된 게
정발본을 본 사람이라면 같은 날 해당 내용들을 한 번에 봤을테니
(일부 2차 창작물의 내용들처럼)
히로이가 평소 우범지대인 가부키쵸에서 술 먹고 자빠져서
험한 일 당하지 않았나 걱정이 들었겠지만,
만.갤 연재를 본 사람들은 1화와 3화 사이에 연재 주기가 한 달 정도 걸렸다 보니
해당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떠올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느낌인데
만.갤 번역본은 조금 색이 옅은 느낌이라
긴짱이 가는 술집 'FUZ' 가 그냥 남자들만 있는 곳이라고 넘기기 쉬운 반면
정발본은 남자들이 모두 귀걸이 한 모습이 짙게 표현되어서 그런지
해당 장소가 게이바가 아니었나 추측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
그리고 만.갤 번역본에서는 여기까지가 끝이라
히로이가 '얻어 먹고 나서 인연 끝내는 인간 쓰레기' 로 인식되기 쉬운 반면
정발본에서는 다음 페이지에 저렇게 히로이 보러 온 사람들이
팬이 되어서 열광하는 묘사가 있어서 더 좋았어
그리고 5화에서 요요코가 결속밴드 인스타그램 봤을 때
만.갤 번역에서는 '싸보인다' '촐싹거린다' 라고
좀 의역이 들어간 표현을 썼던 거 같은데
정발본에서는 '가벼워 보인다' 라고
중립적인 단어로 바뀌었더라고
6화에서 시마가 일라이자 편에
이렇게 물건들을 보낸 부분에 대해
만.갤 번역본은 일라이자 대사에
'제령 굳즈' 라고만 적어놓고
제품들을 따로 번역하지 않아서
'이게 어째서 제령 굳즈지?' 라고 넘겨짚기 쉬운 반면
정발본 번역은 저기 전부 제령과 관련된 제품임을
하나 하나 다 번역해 두어서 몰입하기가 좋았어
이렇게만 적으면 만.갤 번역자 입장에서
정발본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었나 하고 속상해 할테니
개인적으로 만.갤 번역이 더 나았던 부분을 말해볼께
4화에서 세이카가 히로이에게
'너 몸에서 씼지 않은 개 냄새 나' 라고 했을 때
히로이가 '어제는 분명 목욕했는데요' 라고 했던 부분에 대해
정발본은 별도 처리 없이 어제는 이라고 했냐? 라고 했던 반면
만.갤 번역본은 저렇게 강조처리 하고 '어제는' 이라고 따옴표를 붙여서
훨씬 상황을 파악하기 쉬웠어
그리고 6화에서 히로이와 일라이자의 경제 상황을 표현하면서
정발본은 일라이자에 대해 '여름 코미케 때문에 파산' 이라고 적어두었는데
한국어에서 파산이라는 단어가 좀 더 법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뉘앙스가 강하다는 점에서
만.갤 번역본이 파산이란 용어 대신 '빈곤' 으로 번역한 게 훨씬 매끄러운 느낌이었어
그런 점에서 당연히 돈 받고 프로가 작업하는 정발본이 훨씬 퀄리티가 좋지만
나름 만.갤 번역본도 소소한 점에서 좋은 부분이 좀 있다는 거고
만.갤 번역본만 본 사람이라면 정발본도 한 번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해
참고로 정발본에는 일라이자가 애니화 드립치는 부분이거나
파란색으로 된 호분 빌라의 유령들에 대한 2장 분량의 만화가 부록으로 추가되어 있는데
이 점에서 만.갤 번역본을 봤더라도
정발본을 사서 볼 가치는 있지 않나 싶어
정발본 자체는 30분 만에 읽었는데
이거 설명하는 글에 50분을 잡아먹으면서 왜 글을 쓰냐고?
그야 봇부이들이 주취일기 사줘야 나와야
대원에서 2권, 3권, 4권을 정발할 거니까 그렇지
원작이 유행해서 스핀오프 작품도 정발한 경우
스핀오프 작품 판매량이 부진하면
중간에 찍 사는 경우가 많아서
정발본 좀 사달라고 읍소하는 거야
대원은 아니지만 걸즈앤 판쳐 같은 경우
스핀오프 작품은 본토에서 24권까지 나오는 동안
한국은 코로나 핑계로 7권 이후로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거든
봇부이 중에서 주취일기 좋아한다면
'그거 만.갤 번역본 보면 충분한데 왜 돈주고 사야 해?' 하지 말고
계속 정발될 수 있도록 사서 봐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