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가라앉는 제비섬과 안타까운 죽음
ㅇㅇ(218.232)
2025-02-10 19:54:07
조회 191
추천 10
"세계평화~~!! 세계평화~~!!"
폭풍우가 몰아치는 새벽의 바다, 수많은 봇제비들이 바다에 빠진 채 살려달라며 허우적대고 있다.
물에 빠진 상태로 살기 위해 발악하는 성체 봇제비의 수가 너무 많았고, 새끼들도 꽤 있었다.
도움을 요청할 인간은 커녕 근처에 육지는 하나도 없는데다 폭풍우까지 치는 바람에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사투 끝에 결국 발악할 힘도 다 떨어진 봇제비들.
이들은 생각에 빠졌다.
"우리는 대체 왜..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거지..?"
봇제비는 전세계에 있는 총 개체수가 100억 마리가 넘는다.
이중에서 30%는 인간의 집에서 길러지는 애완동물, 20%는 식용, 나머지는 갈 곳 없이 도시에서 떠돌아다니거나 운이 좋으면 최적의 자연환경을 찾아내서 나름 잘 살아가고 있었다.
"세계평화..."
하지만 도시에서 길고양이처럼 지내는 봇제비들의 취급은 매우 박했다.
먹이를 구하려고 해도 개나 고양이들과의 먹이싸움에서 맨날 지는데다가, 구했다고 해도 봇제비를 괴롭히기 좋아하는 인간들과 노숙자들에게 계속 빼앗기는 신세였다.
그리고 혼자 다니는 봇제비면 몰라도 새끼들까지 먹여살려야 하는 엄마봇제비들은 얼마나 오죽할까.
이렇다 보니 결국 성체뿐만 아니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들까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했고, 이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봇제비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며칠 후, 봇제비 한 마리가 도시에서 떠돌아다니던 봇제비들을 최대한 불러 한 곳에 모았다.
봇제비가 이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아닌 어떤 섬을 찾아서였기 때문이다.
이 섬은 숲이 굉장히 많고, 면적도 넓은데다 나무에는 열매와 가라아게 등 먹을 것이 굉장히 많이 열려서 식량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게다가 섬에 살고 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었기에 자신들이 그 섬에 들어가 살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 도시에서 섬은 너무 멀었다.
그리고 그 섬에 들어가도 우리들이 정말로 살 수 있는 거냐며, 믿지 않아하는 봇제비들도 있었다.
하지만 봇제비들은 너무 오래 굶었다.
더 이상은 도시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았기 때문에, 선택지는 없었다.
섬으로 가는 것 밖에는..
결국 현장에 있던 모든 봇제비들이 동의했고, 수천 마리가 넘는 봇제비들이 섬으로 떠나기 위해 여러 척의 배를 만들었다.
배를 만들어 바다로 출항한 봇제비들.
처음에는 가는 길이 순조로웠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도중에 폭풍우도 만나고 상어의 공격을 받아 몇마리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등 고난도 많았다.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며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을 때, 이들은 드디어 그 섬에 도착했다.
정말로 그 섬에는 정보통 봇제비가 말한 대로 아무도 없었고, 식량도 엄청나게 많았다.
수많은 고생 끝에 결국 지상낙원을 찾은 것이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만세!!!"
봇제비들은 환호하며 서로를 끌어안았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봇제비도 있었다.
이제 이들은 섬을 자신들만의 국가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높은 지능으로는 섬에 있던 나무를 써서 집을 지을 수 있었고, 자기들끼리 대통령도 뽑는 등 국가를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충분했다.
그렇게 이들의 국가가 된 '제비섬'.
봇제비들이 붙인 이름이다.
제비들은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냈다.
꿈에 그리던 '세계평화'가 왔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제비섬이 점점 물에 잠기고 있었고, 면적이 줄어들고 있었다.
봇제비들은 이를 보고 불안해했지만 그래도 설마 섬이 침몰하겠어? 라는 생각을 가지며 굳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실제로 이때까지만 해도 제비섬이 물에 잠기는 속도는 매우 느렸고, 혹시라도 섬이 가라앉더라도 이를 인지하고 구하러 올 인간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비섬의 존재를 아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새벽, 다른 날보다 유독 심한 폭풍우가 몰아쳤다.
해수면 상승 또한 폭풍우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제비섬이 물에 잠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봇제비들은 그저 이불을 덮고 잠을 잘 뿐..
한 봇제비 가족의 엄마봇제비는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 자신도 잠에 들어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들이 성장해서 새끼를 낳고, 자신 또한 오래 살아서 손주의 모습을 보는 꿈이었다.
엄마봇제비는 우헤헤 하며 잠꼬대를 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창밖을 열어보니 섬의 3분의 2가 물에 잠긴 상태였다.
먼저 잠에서 깬 다른 봇제비들은 깜짝 놀라 피난을 떠나려다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었고, 잠에서 깨지 못한 봇제비들도 저항 한번 못하고 그대로 휩쓸려버렸다.
섬을 떠나려고 해도 폭풍우 때문에 배가 모두 파손되어.. 이들은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이를 본 엄마봇제비는 황급히 새끼들을 깨웠다.
새끼들이 비몽사몽하는 사이에 엄마봇제비가 짐을 챙겨 떠날 준비를 하던 도중, 거대한 파도가 봇제비 가족의 집을 덮쳐버렸다.
그렇게 허무하게 파괴되어버린 봇제비 가족의 보금자리.
엄마봇제비와 새끼들은 그대로 물에 빠져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하지만 새끼들을 구해내겠다는 집념에 과거 젖먹던 힘을 짜내 헤엄쳐 물속에 있는 새끼들을 모두 잡은 엄마봇제비.
다행히 물 위에는 큰 나무 판때기가 하나 있었기에 새끼들을 안고 그곳으로 헤엄쳐 도달하는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새끼들이 절반은 아직 숨이 붙어있었지만.. 나머지 반은 이미 물속에서 숨을 거둔 뒤였다.
"세계평화아아아아!!!!!! 세계평화아아아아아아!!!!!"
엄마봇제비는 끝내 새끼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 마구 울부짖었고, 살아남은 형제들도 덩달아 오열했다.
결국 제비섬은 완전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봇제비들은 기본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알아서 파도에 휩쓸려서 죽지 않은 이상 얼마든지 헤엄쳐서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폭풍우 때문에 계속 파도가 쳐서 헤엄치기도 힘들었고, 덩달아 추운 날씨까지 덮쳐서 바닷물이 차가웠던데다 심지어는 번개를 정통으로 맞아서 끔찍하게 사망한 봇제비도 있었다.
결국 헤엄칠 힘이 다 빠진 봇제비들이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씩 숨을 거두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봇제비들은 혹여나 인간들이 구하러 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봤지만... 섬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인간들이 구하러 올 리가 없었다.
결국 섬에 있던 거의 모든 봇제비들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갈 곳이 없어 길을 떠돌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잠깐 얻었던 행복도 오래 누리지 못한 이들의 죽음은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참사가 아닐까.
그 와중에도 엄마봇제비는 두려움에 떠는 새끼들을 꼭 안아준 상태에서 온갖 고통이란 고통은 다 느끼고 있었다.
너무 추웠다.
오랫동안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담가서 그런가.. 그래도 새끼들은 판때기 위에 있어서 괜찮으니 다행인건가..
다행히 폭풍우는 잠잠해졌지만, 엄마봇제비도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새끼들은 너무 추워보이는 엄마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엄마봇제비는 괜찮다는 뉘앙스를 취했다.
그리고 새끼들에게 말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엄마는 괜찮아.. 너희들을 지키기 위해 엄마로써 사명을 다하는 것뿐이야. 너희들만이라도 살아남으렴.. 알았지..? 손주를 못 보는건 아쉽지만.. 너희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매우 기뻐..)"
이 가족만이 살아남은 고요한 바다에서 이 말을 끝으로 엄마봇제비는 새끼들을 안은 채 눈을 감았다.
새끼들은 포근했다.
엄마의 몸은 굉장히 차가웠지만, 엄마의 따뜻한 모성애는 아이들을 매우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침이 되자, 폭풍우는 완전히 지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아침바다 속 엄청난 수의 봇제비 시체들만이 바다에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
어느 한 배의 선장이 바다를 돌다 이를 발견하고 신고해 구조대원들이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했는데, 대원들은 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여자 대원은 아예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다.
그래도 이들은 정신을 차리고 혹시라도 생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당장 줄을 내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샅샅이 뒤진 결과, 생존한 생물은 새끼봇제비 단 3마리.
엄마봇제비가 목숨을 바쳐 끝내 지켜낸 소중한 생명이었다.
대원들은 괜찮아 보이는 새끼들을 보고 안도했고, 시체 수거는 지자체에게 맡긴 뒤 새끼들을 안전하게 헬기에 태워 현장을 떠났다.
이 참사 이후 제비섬이라는 곳이 인간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졌고, 전 세계가 슬픔에 잠겼으며
동물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현 젊은 세대들이 나서서 이 봇제비들을 위한 추모와 모금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