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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봇제비, 학대?) 친환경연료, 봇제비

ㅇㅇ(106.246)
2025-02-12 16:23:02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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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처럼 화창한 아침의 봇갤국제공항


봇갤국의 유일한 국제공항이자 메인허브인 이 공항은 쉼없이 오고가는 항공기와 출입국대기를 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고, 오늘도 딱히 차이는 없었지만 뭔가가 달랐다.


최근 국책사업으로 시행된 “친환경 항공연료 연구”에 대한 결과물을 실험하기 위해 높으신 분들이 죄다 모여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공항 직원과 정비사들은 “대체 저 양반들은 여길 왜 와서…”라고 말하고 싶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승객들도 빨리 출발해야 하는데 시간을 축내고 있는 높으신 분들이 곱게 보일리 없으니까.


그리고… 높으신 분들 중에도 그리 표정이 좋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단에 선 과학혁신부 장관과 정유사 사장들은 당당하게 선언하고 있었다.


”여러분께 선보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에게 폐해만 끼치던 불법 애완유해조수 봇제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봇제비가 우리의 미래먹거리가 되고 우리의 환경을 구하며 맑고 쾌적한 내일을 줄 수…“


봇제비, 봇갤국의 천덕꾸러기 마스코트… 

아니, 그냥 우글우글한 호주의 토끼같은 놈들이다.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말이 많았던 놈들인데 봇갤국 인구수 감소와 2기리스라는 대기근이 겹친 사이 애호파들의 비호를 받아 무시무시하게 세력을 불려버려 사실상 나라를 점령해버렸다.


겉보기엔 귀엽고 해를 일으키지도 않을 외모지만 그럴거면 이런 말은 안하지.


봇갤국의 토착생물인 응냨이와 노코를 누르고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외래종인데다 어디를 가든 보이며, 아예 다른 국가들까지 식민통치(?) 해버리는 무서운 번식력까지 보인다.


그렇다보니 외부나 내부나 이미지가 좋으려해도 좋을리 없지만 애호파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선 뭐… 들으려할리 없잖아?


그래서 사실 봇갤국에서도 사전에 유해조수로 지정은 해놨지만 현실은 정작 유해조수 취급은 커녕 애완동물로 인기인 어이 털리는 와중, 봇제비 자체가 친환경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온것이다.


정유사측의 설명은 이렇다.


봇제비를 잡은 후 가공처리를 해 기름을 짜고 그걸 정제한 뒤에 폐식용유에 섞어 재정제, 그리고 그 정제물을 항공유에 혼합해주면 친환경연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폐식용유와 봇제비들의 혼합유가 전체 항공유의 80%나 되는 수준이면 정말로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무분별하게 번식하는 봇제비들의 개체수 감소로 인한 추가적인 환경 개선도 가능해진다.


봇제비를 애호하고 사랑하는 높으신 분들 입장에선 돌아버릴 이야기지만 그럴거면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친환경을 선도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실험기에 봇제비연료가 들어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곡소리와 함께 ”봇제비도 생명이다“ 피켓을 든 사회운동가들이 시위에 나섰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런다고 이미 죽은 봇제비들이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 이건 연구단계에 불과한 이론,

이들 입장에서는 제발 항공기에 이상이 생기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예정 비행시간은 2시간.

이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봇제비연료사업은 연기 아니면 취소도 가능해진다.


높으신 분들 중 애호파와 운동가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급유를 마친 실험용 여객기가 축포와 어색한 박수 속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일단 가장 위험한 단계 중 하나인 이륙을 무사히 마쳤다는 뜻이다.


조종사는 “엔진 반응이 평소보다 더 좋다”는 반응을 보이며 과학혁신부 장관과 정유사 임원들을 흥분하게 했고, 배기가스 성분도 일반적인 항공기보다 더 적고 안전하다는 연구원의 이야기까지 들려왔다.


실험기 내부에선 다양한 계측장비들이 연료펌프, 엔진출력, 배기가스 등 각양각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지상으로 보냈다.


모두 기존 항공기보다 효율성이 일부 향상된데다 대기오염은 덜하다는 결과였다.


심지어 시험비행의 절반 이상이 진행되어도 항공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너무 잘 진행되어서 걱정인 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썩어들어갔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말도 은연중에 나오고 있었다.


물론 동물권 보호차원으로 아예 금지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결과가 지나치게 좋은데다 정유산업도 생각보다 높고 중요한 입지다보니 “저 새끼들이 친환경 정유사업을 부당한 규제로 막아세운다”라는 빌미까지 줄 수 있다.


진퇴양난이다.


식은 땀을 흘리는 애호파들 사이에서 결국 예정된 두시간이 지나고, 실험기는 착륙까지 무사히 마친 뒤 출발했던 게이트로 돌아왔다.


실험은 예상외의 대성공이었다.

애호파가 바라던 항공기 이상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정비사들이 서둘러 달려가 점검을 해보니 오히려 찌꺼기가 있던 연료 배관이 뻥 뚫려 깔끔한 모습을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깔끔한 연료배관은 본적이 없습니다, 이건…”


충격에 빠진 정비사들을 뒤로하고 과학혁신부 장관은 당당히 선언했다.


“이제부터 이 연료를 봇갤국내 사업항공기 전체에 적용할겁니다. 그를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우린 해낼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봇제비 없는 맑고 안전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애호파들과 봇제비들에게는 공포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