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학대) 내재된 폭력성 (part 1)
“이번 정류장은 이 버스의 종점인 봇치생물 종복원센터입니다, 내리실 때에는 두고 내리시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주시고 버스가 완전히 멈춘 후…”
어느 국립공원의 산속,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온 버스가 이윽고 종점에 도착하고 승객들은 내릴 준비를 한다.
대부분 복원센터 소속의 직원 아니면 센터를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이다.
이곳은 자취를 대부분 감췄던 응냨이나 노코들의 생태계를 복원하여 이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센터로서, 키타박사를 비롯한 선임연구원들과 사육사들이 매일 이들의 상태를 돌보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방역복을 착용하고 반입금지물품에 대한 수색등을 거친 후에야 센터로 진입할 수 있었다.
반입금지물품은 대부분 라이터, 담배 등의 물건이나 먹이류.
응냨이와 노코들이 자연에서 직접 먹이를 찾아먹도록 하는 훈련을 겸하기 때문에 사육사조차도 먹이를 함부로 주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반입금지물품(?)에 해당되는 것도 있는데…
“모~?”
“선생님, 봇제비 데리고 계시네요? 봇제비는 센터에 데리고 가시면 안됩니다”
안내원과 경비가 한 관람객의 가방안 담요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봇제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왜 안되죠? 얘도 엄연한 봇치생물인데…”
“예전에 다른분이 데리고 온 봇제비 한마리 때문에 센터 전체가 난장판 된적이 있어서요, 겉보기엔 얌전하지만 응냨이와 노코들을 무지막지하게 학살을 해버려서…”
관람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예전에 센터에서 관람객이 데리고 온 봇제비가 응냨이와 노코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먹어버리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그 사고로 인해 당시 보호중이던 개체들의 상당수가 피해를 입고 봇제비는 사살되었는데, 봇제비에게 있어 응냨이와 노코는 저항하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놀며 스트레스를 풀려다 벌어진게 아닌가 하는 것이 연구원들의 추측이었다.
물론 모든 봇제비가 이들을 학대하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대비하기 위해, 센터 주변에는 봇제비 퇴치용 스프레이를 상시 분사하고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약한 독을 탄 가라아게와 돼지국밥우동을 놓아두어 어떻게든 이들을 쫒아내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당연히 관람객들이나 보호단체에서 데리고 오는 봇제비들도 센터에는 들어갈 수 없으며, 임시 보호소로 보내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때우게 하거나 보호단체로 돌려보낸다.
그렇게 관람객의 봇제비는 주인의 손을 떠나 연구원에게 안겨 전용 임시보호소로 보내졌다.
봇제비 전용 임시보호소는 종복원센터 입구쪽에 조그마하게 마련되어 있으며 이들의 습성에 맞게 동굴모양의 구조물과 바위 몇개 정도가 놓여져 있었다.
어차피 봇제비가 자주 오지도 않는 곳이니 이 정도 면적으로도 충분했다.
연구원은 봇제비를 풀어준 후 바로 문을 잠그고 대신 가라아게 조각 몇개와 응냨이 모양 장난감을 던져줬다.
개체에 따라서는 응냨이를 보호해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성향확인 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목적이다.
봇제비는 어색한 상황속에서도 안정이 되는 환경 덕인지 바로 아무렇지 않게 가라아게를 우물거리며 응냨이를 만지작거렸다.
건드리고 누를 때마다 “미~!” “응냨!” 하는 소리가 나자 봇제비도 나름 신이 난 모양이었다.
톡톡 건드려보고 쓰다듬어보던 봇제비는 점점 이상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호반응을 보이던 봇제비가 응냨이 장난감을 툭툭 치고 때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동굴 벽에 던지거나 발톱으로 할퀴는 폭력적인 면모를 보인 것이다.
처음에는 깔끔하고 귀여웠던 응냨이 장난감엔 점점 발톱과 이빨자국이 나기 시작했고, 연구원이 다시 관찰을 위해 돌아왔을 때에는 아예 반으로 찢겨있는 끔찍한 몰골이었다.
고작 5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져 있었다보니 연구원도 참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봇제비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맑은 표정으로 양팔을 번쩍 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건지도 모른채.
한편 주인과 일행들은 안내원과 연구원들의 안내에 따라 다양한 복원시설을 둘러보고 있었다.
“저기… 궁금한게 있는데요”
“예, 말씀하세요”
“여기는 왜 비어있는거죠?”
누군가 비어있는 곳을 가리켰다.
전에 뭔가가 살았던 흔적이 보이긴 했지만 너무나도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아… 저기가 봇제비에게 습격당했던 동입니다. 저기 있던 응냨이와 노코들이 거의 전멸당했어요. 저항조차 못했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연구원이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예전에 봇제비를 데리고 오셨던 분의 부주의로 봇제비가 울타리를 넘어서 저곳에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봇치생물이니 공격은 하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공격하지 않을거라 예상한 직원들의 추측과는 달리, 녀석은 응냨이와 노코들을 마구잡이로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노코 꼬리를 잡고 빙빙 돌리며 벽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응냨이를 마구 짓밟기도 하더군요. 응냨이와 노코들이 비명을 얼마나 질러댔으면 방음을 뚫고 멀리 차에서 휴식중이던 버스 기사님까지 놀라서 바로 뛰어오셨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노코들이 응냨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감싸주고 뒤늦게나마 직원들이 막대로 후려치며 강제로 떼어놓은 덕분에 전멸을 겨우 피했지만 상처가 너무 심한 개체들이 많아 피해가 막심했다고 한다.
“결국에는 사살해야 했는데… 그때 생각만 하면 너무 끔찍합니다. 그래서 봇제비는 저희 센터에서 보호나 복원활동을 하지 않구요, 앞으로도 절대 안할겁니다”
“하지만…”
“모든 봇제비가 다 그렇지는 않겠죠,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것도 우리의 사명입니다. 여기는 그런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영구적으로 비워두기로 한거구요“
벽에는 당시 사진들도 고스란히 걸려있었다.
공포에 떨고 있는 응냨이와 노코들,
자신의 유일한 보물인 기타를 들고 저항하는 응냨이들과 그들을 마구 할퀴고 있는 봇제비의 모습,
다친 노코들이 응냨이들을 감싸고 있는 모습까지…
조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섬뜩한 모습이었다.
“절대 응냨이나 노코를 봇제비와 함께 두지 마십시오”
“봇제비의 평화는 화전양면전술입니다, 귀여운 모습에 속지 마세요”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에서 이들에게 각인된 공포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반토막이 나버린 응냨이 장난감을 회수한 연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녀석이 보호동에 들어가지 않은것이 그저 다행이었을 것이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장난감을 수거해 연구실로 보내고, 심심할 녀석을 위해 기타모양 장난감을 주었다.
당연히 소리는 안나는 모조장난감.
응냨이나 봇제비는 기타를 애착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장난감 기타를 주는 것으로 승인욕구를 해소해줄 수 있다.
하지만 기타소리로 인해 천적을 불러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소리가 나지 않도록 만들어놓은 모조장난감을 주는데, 어차피 “이런 느낌으로 치고 있어”라는 분위기로 다들 알아서 갈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