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봇제비만 없는 거리

ㅇㅇ(211.117)
2025-02-23 00:49:14
조회 153
추천 10


어느 따사로운 오후의 길거리,

언제나처럼 붐비는 거리는 평소와 분위기가 다르다.


전에는 식당가에서 봇제비와 싸우는 식당 주인,

양팔을 들고 먹이를 구걸하지만 본척도 안하던 사람들,

오히려 얻어맞거나 뒷골목 구석으로 쫒겨나는 봇제비들이 눈에 띄곤 했지만…


최근들어 거리에서 봇제비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세상은 눈에 띄게 평화로워진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유해조수 취급을 받아 학대당하던 응냨이들도 보호종으로 전환된 후에는 별도의 공연용 공간을 부여받아 정해진 시간에 한해 기타를 마음껏 칠 수 있게 되었으며, 응냨이들을 학대하는것 또한 범죄로 지정되어 처벌받게 되었다.


공연을 마친 응냨이에게 가라아게 조각을 던져주는것은 하나의 무대매너가 되었고, 하루 한끼를 근근이 버티던 골목의 응냨이들도 이들에게 늘 감사함을 느끼며 최선의 공연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런 번화가의 뒷골목에도 봇제비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를 파헤치던 흔적도, 특유의 울음소리도 거리엔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2기행정부가 환경미화 개선 숙원사업으로 “봇제비 강제젭송”을 실행에 옮겨 거리에 보이던 모든 봇제비들을 타국으로 강제송환했기 때문이다.


봇제비를 귀여워하고 아끼던 애호파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 법안에 찬성했고, 앞다투어 나서서 봇제비를 잡아 넘겼다.


거리 어디를 가든 쉽게 보였고, 쉽게 도망치지도 못했으며, 싫어하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털 날리지 마라”


“귀여운건 귀여운거고 개체수 좀 줄여라”


“저것들은 대체 뭔데 우리쪽에서 보이는건데?”


“이놈들 니들거냐? 우리는 필요없으니 다시 가져가라”


봇제비는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외형,

봇치생물이라 치기에는 정통성이 없는 특성,

그리고 어디에나 마구 퍼뜨려대는 몰지각한 사람들.


그렇다보니 어디서도 “우리거 아님, 필요없음”이라는 의견을 듣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나마 겨우 자리를 잡아도 “털 날려요” “저거 돼국우 그놈 아냐?” “정통성도 없는데 뭔 봇치생물?” 등의 비아냥과 비판을 들으며 설움속에 살아야 하는 신세였다.


가라아게나 돼지국밥우동을 찾아 식당을 가면 쫒겨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혐오하고, 애호파들이 어떻게든 아끼면서 키워줬더니 세력이 너무 커져서 이젠 역으로 비난받는 상황.


봇제비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제비숲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지만 이미 산불로 타버리고, 재개발까지 되어서 신도시가 되어버린 그곳으로 돌아가도 이들에게 남은 터전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함께 살던 키댕이, 니지토끼, 료냥이들도 죄다 뿔뿔이 흩어져버리고 생사도 알 수 없는 와중에, 호의적인 인간도 거의 없기 때문에 봇제비들은 그저 연명하기 위해 매일 거리를 방황하며 돌아다닐 뿐이었다.


응냨이가 보호종이 되기 전엔 거리에서 노숙하던 야생응냨이를 잡아먹고,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식당에서 매일 얻어맞고 쫒겨나며 굶주린 배를 겨우 채웠다.


하지만 그런다고 배가 채워지기는 커녕 인간들에게 얻어맞고, 들개나 길고양이와 싸워서 생긴 상처만 더 늘어갈 뿐.


돈이나 먹을걸 주겠지 싶어서 잡아먹은 응냨이의 기타를 대신 치며 구걸을 해봤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돌아오는건 거의 없었다.


칭찬해주며 먹을걸 주는 애호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쓰레기나 안던지면 다행이었으니까.


오히려 매일 조금씩 개체수도 줄었다.


자다가 눈을 떠보니 봇제비탕 전문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필사의 탈출을 한 녀석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러지도 못한채 쓸쓸히 사라졌다.


가족과 친구도 잃고, 먹이는 없고,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그저 욕만 먹던 봇제비들.


이제 강제송환으로 그들이 사라진 거리에는 말 그대로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