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인기 국밥전문점의 선의
평소에도 사람들로 붐비는 어느 국밥 전문점.
웨이팅이 새벽부터 길게 늘어설 정도라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사람들이 기나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한편에선 봇제비들이 최대한 몸을 숨긴채 식당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배는 고프지만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자니 괜히 얻어맞고 쫒겨나는 일이 다반사이기도 하고, 식당주인들도 거의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에 “봇제비 출입금지” 또는 “봇제비에게는 음식을 주지 않습니다”라는 경고문구를 새겨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단 봇제비를 쫒아내는 경고문구가 없으니 도전해볼만 한 가치는 있을지도 모르지만… 눈앞에 있는 수많은 이들을 뚫고 식당에 들어가자니 봇제비 입장에선 목숨을 건 여정과 다를 바가 없다.
현재로서는 인파가 좀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식당 안 사람들의 분위기를 살필 뿐이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특정 메뉴를 주문한 뒤 이소스타 계정 등에 올릴 인증샷을 찍거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했다.
봇제비의 배에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지금 들어가면 일을 그르칠 수 있었기에 그저 기다릴 뿐.
새끼들이 보채며 튀어나가려 하지만 봇제비는 그런 새끼의 꼬리를 밟고 뺨까지 때리며 반드시 기다리도록 훈육한다.
자신 또한 순간의 배고픔을 못참고 튀어나갔다가 인간들에게 들켜 가족들을 모조리 잃었으니까.
같은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봇제비는 칭얼거리는 아이들의 입을 틀어막으며 기어코 가게의 마지막 주문시간까지 버텨냈다.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인지 가게 앞에서 줄을 서며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지금 들어가면 괜찮을거라는 판단이 선 봇제비들은 신속하게 입구로 굴러갔다.
“어서오… 어라? 봇제비네?”
점원은 갑자기 찾아온 봇제비 가족에 놀란 눈치였지만, 친절한 사장은 이들에게 들어오도록 지시한 뒤 구석에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인간이 모두 나쁜 사람들만 있는건 아니구나”
봇제비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얼마 안 있어 사장은 봇제비들을 위해 따끈한 국밥을 내왔다.
어차피 “모~” “아와와와왕” “세계평화” 밖에 말을 못하다보니 메뉴를 봐도 주문하기 어려울것이라는 판단에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를 임의로 가져왔다.
거의 며칠을 쓰레기만 뒤지며 버티고, 그마저도 들개와 고양이들에게 빼앗겨 굶은 상태나 다름없던 봇제비들은 사장의 선의에 감사하며 국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손님들은 “에이 밥맛 떨어지게…” 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사장은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라며 손님들에게 나지막이 귓속말 비슷하게 뭔가를 이야기했다.
순식간에 뚝배기를 하나씩 다 비운 봇제비 가족,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두드리는데…
아까와는 완전히 달라진 표정의 사장이 다가왔다.
”자, 봇제비 손님들?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
이상한 낌새조차 느끼지 못한 봇제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 맛을 인정받았으니 그건 감사해야겠지만… 우리 식당의 메인메뉴가 뭔지도 모르고 온건 좀 의외인데?”
갑자기 분위기를 쫙 깔고 말하는 사장의 태도에 봇제비들도 뒤늦게 이상함을 느낀다.
일반적인 식당 사장들은 봇제비에게 절대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털 날린다, 꺼져라” “손님들 밥상 앞에서 뭐하는거냐”라며 쫒아내기 바쁘기 때문이다.
물론 애호파들이 밥을 챙겨주기도 하지만 그건 식당이 아닌 개인의 차원, 식당이면 영업정지나 취소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그런데도 봇제비를 받아주었다는 것은 사장이 그런 책임까지 모두 받아줄 수 있는 애호가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음을 이들도 계산했어야 한다.
사장은 메뉴가 적힌 쪽을 손가락으로 휙휙 가리키며, “아직도 니들이 뭘 먹었는지 모르겠어?”라고 묻는다.
뒤늦게 정신이 든 봇제비들의 표정이 굳어간다.
“우리 식당의 대표메뉴는 제비국밥입니다. 봇제비를 푹 삶아 잡내를 제거하고 부드러운 고기와…”
이 식당은 봇제비들을 잡아서 국밥을 만드는 곳,
처음에는 친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감도 들었지만 봇제비가 익숙해진 이제는 동네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진 식당이었다.
어차피 어딜가든 썩어넘치는 유해조수 봇제비였기 때문에 식육으로서 좀 잡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관청에서는 유해조수구제, 환경개선 등의 사유로 이런 행위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사장은 덕분에 지방환경청에서 “유해조수 구제로 인한 환경개선기여” “우리지방의 모범맛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봇제비국밥이나 봇제비탕에 대한 금지시위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봇제비태그철폐연대”소속의 애호가로 봇제비들을 위하는척 하는 이중성 또한 잊지 않았다.
(지금은 “봇제비태그철폐연대”와 봇제비 애호가들이 중대한 반사회세력으로 규정되었기에 그런 이중활동도 할 이유가 없어졌지만)
사장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면서도 통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쭈, 뭐 돈은 못받을걸 알고 이랬지만 진짜 의심도 안하고 잘 먹더라? 하긴 니들도 국밥을 먹기는 하니까 맛이 비슷하게 느껴지든?”
봇제비들은 뒤늦게 자신들이 좋다고 허겁지겁 먹었던 국밥이 자신의 동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구토를 하거나 식당에서 도망치려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이미 가게 문은 잠겨있었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은 돈을 받지 않고, 다음에 오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로 합의해서 다들 먼저 나갔기 때문이다.
겁에 질려 울어대는 새끼들,
파랗게 질린 얼굴로 어떻게든 새끼들을 지키려는 봇제비.
이들의 비명소리가 밤의 식당을 가득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