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살아남기 위해 (下)
ㅇㅇ(218.232)
2025-02-24 10:17:23
조회 271
추천 10
갑작스런 임신 이후 수 개월, 인간들의 학대 때문에 받은 온몸의 상처가 매우 심하게 늘어났다.
직접 동물병원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과연 그게 될까... 난 이 도시에서 배척당하는 봇제비라는 동물이니까.
뱃속의 새끼도 무사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때마다 점점 배가 불러왔고, 별일없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결국 먹이를 구하지 못했다.
더 이상은 지쳤다. 이만 눕고 싶어..
그렇게 길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던 도중, 갑자기 내 앞에 사료가 가득 담긴 밥그릇이 하나 놓였다.
"세계평화...?"
사료를 준 인간은 평범해 보이는 한 젊은 성인 여성이었다.
"너.. 배를 보니 임신한 것 같은데. 근데 이렇게 위험하게 길에서 돌아다니는 거야?"
"세계평화..."
"딱 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보이네..괜찮으니까 많이 먹어둬. 뱃속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려면 말이야."
이 순간까지도 나는 이 인간을 믿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게 선의를 품고 도움을 준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먹어도 되는 걸까? 사료에 독이 들어있으면 어쩌지?
그래도 배는 고프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자.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사료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는데, 독은 커녕 오히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을 주는 듯한 맛이었다.
"배고팠나 보구나.. 잘 먹는 것 같으니 다행이네."
그렇게 계속 먹던 도중, 인간이 옆에 앉아 어떠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실 난 너희같은 동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서 동물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봉사에도 몇번 참여하기도 했지.
하지만 너희 봇제비들을 알게 된 후로부턴 하루하루가 힘겨웠어. 이 도시에서 너희를 지나치게 좋아하고 개념없이 무분별하게 퍼뜨리려 했던 몇몇 애호가들 때문에 시민들의 반감과 혐오가 굉장히 심해지기 시작했거든.
말리려 해봤지만 소용없었어. 막을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이곳에서 끔찍하게 학대당하는 너희를 보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멀리하려 해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
임신까지 한 상태인 너라도 돕고 싶었던 거고.. 그래서 이 사료를 준 거야."
"......."
키댕이의 말이 맞았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난 선한 인간이다.
믿기지가 않았다. 그동안 인간은 전부 다 우릴 적으로 보는 줄 알았는데..
덕분에 밥도 먹고 이 인간에게 치료까지 받은 나는 조금이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이 정도 해두면 되겠지..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다른 도시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자.
일단 집으로 ㄱ... 아악!!!"
"세, 세계평화?!"
그 순간,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한 인간이 여자에게 난데없이 주먹을 날리고 멱살을 잡았다.
"감히 짐승새끼놈한테 밥을 주고 치료를 해?! 이 개년이 돌았나 진짜.."
"크윽... 갑자기 뭔데..? 봇제비한테 밥 주지말라는 경고문구도 없었잖아"
"이놈들은 싹 다 죽어버려야 마땅한 놈들이라고!! 아직도 누구나 아는 당연한 상식을 모르는거냐?!"
"가만 얼굴을 보니 네 녀석.. 2년 전에 제비숲에 산불을 저질렀던 방화범이지?"
뭐... 뭐라고?
지금 눈앞에 있는 저 인간 남성이.. 내 가족과 동족들을 끔찍하게 죽여버린 그 인간이라는 거야?
"그래 맞다. 제비숲에 산불을 저질렀던 그 사람."
"도대체 왜 그런거야..? 대체 뭐 때문에 봇제비를 수만 마리씩이나 죽인 건데!!"
"난 그 유해조수를 처단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 녀석들은 심한 학대를 당해도 싼 놈들이라고. 존엄성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니까?"
"그건 봇제비들의 잘못이 아니야. 그 녀석들은 죄가 없어! 이 모든 게 다 우리같은 인간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진짜 지랄을 한다 어휴.. 뭐 암튼, 봇제비 이 씹새끼들은 고통받고 죽어야 하는 게 맞아. 내 목표를 하나 말해주지."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을, 봇제비 학대파로 만드는 것'
"미... 미친 새끼..."
"그래서 방금 봇제비들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찢어죽이고.. 폭력을 저지르는 사진과 영상들을 인터넷 곳곳에 뿌리고 오는 길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 봇제비들의 추악한 실태를 국민들이 알아야만 해. 학대가 계속되어서 봇제비들이 이 세상에서 멸종해야만 한다고."
".....너.... 이러는 거..
네 동지인 학대파들한테 민폐만 끼치는 짓이야.
당장 그만둬"
"민폐? 이러면 오히려 학대파들은 만세를 외칠걸?"
"어릴적에 가정에서 학대당했던 경험담을 이런 식으로 화풀이해? 뒈져도 싼 인간말종 새끼..."
"뭐... 뭐야?! 이년이... 내 과거를 어떻게...!!"
"네 신상을 몰래 털어봤지. 그 산불을 저지른 심리가 솔직히 궁금해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풉.. 어렸을 때 고생 좀 했나보네?'"
"이.... 이....!"
"네 엄마가 납치범한테 강간당해서 강제로 임신ㅎ..."
"이런 썅년이!!!!!"
방화범은 화를 내며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고, 여자의 복부를 수차례 찌르기 시작했다.
"세계평화!"
"윽... 으윽... 크아아아악!!!"
"허억... 헉... 어휴 쌤통이다 이 꼴통 같은 년..."
나는 조심스럽게 피투성이가 된 여자의 곁에 다가갔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그러자 들려오는 한 마디.
"봇제비야.. 반드시.. 뱃속의 아이를.. 지켜내렴...
그리고.. 인간이 미안하다..."
이 말을 끝으로 여자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세... 세계..."
"에? 쟤 왜 저ㄹ.."
"세계평화아아아아아아!!!!!"
나는 결국 이성을 잃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엄청난 분노와 함께, 방화범에게 달려들어 발톱으로 얼굴을 마구 할퀴기 시작했다.
"세계에에에!!!!!! 평화아아아아!!! 평화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악!!!!!!!!"
이때의 내 행동은 정말이지 잔인하고 끔찍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과 은인을 죽인, 이 쓰레기같은 인간을 어떻게든 죽여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화범의 얼굴은 처참하게 함몰되어 있었고, 손에는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통쾌하기보단 무서웠다.
내가 정말 역으로 인간을 죽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이에 대한 죄책감까지 몰려왔기 때문이다.
난 한참을 방황하다 결국 두려움에 못 이겨 살해현장을 빠져나와 빠르게 도망쳤다.
며칠 후, 내가 살던 도시는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골목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니 인간들이 서로 처절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더 이상은 못 참아!! 봇제비도 동물이고 생명이라고!!! 무자비한 학대를 멈춰!!"
"진짜 트롤러새끼 하나 때문에 이러기냐?! 우리도 억울하다고!! 태그도 달았고 여기선 학대를 해도 처벌받는건 아니잖아!!"
TV에 나오는 뉴스의 내용은 이랬다.
"며칠 전 이 봇제비라는 생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진과 영상들이 전국적으로 공개되어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요. 이지치 기자,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이 수많은 사진과 영상을 퍼뜨린 ○○씨는 2년 전 제비숲에 산불을 일으켜 봇제비 수만 마리를 학살했고, 최근에는 한 여성을 칼로 찔러 살해했던 전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씨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봇제비를 학대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갖고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라고 진술했었습니다.
그러니까 학대라는 것에 관대했던 □□시를 포함한 몇몇 지역을 넘어, 퍼져선 안 됐을 전국 곳곳에 다 퍼져버린 거죠.
이 사건 때문에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봇제비와 동물들에 대한 학대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함과 동시에 의문을 품는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동시에 이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그들이 당한 학대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주장이 힘이 실리게 된 겁니다.
나중에 ○○씨가 봇제비의 발톱에 의해 얼굴이 함몰되어 사망하자 오히려 통쾌하다는 반응도 계속 쏟아지고 있고요."
"결국 이 한명 때문에 봇제비 학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계속 늘고 있다는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근데 사실 봇제비 학대는 □□시에서 몇몇 애호가들의 지나친 애호 때문에 시작된 것이기도 한데요. 저도 무분별한 애호가 옳은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동물들을 무작정 학대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 또한,
과연 옳은 행위일까요?"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팠다.
진통이 시작됐고, 이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출산이 다가오는 건가...
나 같은 봇제비들 때문에 지옥이 되어버린 이 도시에서 새끼를 낳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유산은 절대로 안된다.
제발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그 때,
"선생님! 여기 봇제비 한 마리 발견했습니다! 지금 출산 직전인 것 같아요!"
"당장 구급차로 옮겨!"
"세계평화?!"
처음 보는 인간들이 날 한 구급차로 데려갔고, 그대로 구급차가 도시를 떠난 것이다.
난 왠지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구급차 안에서 비명을 질렀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제비야 그만! 진정해!"
"우린 네 새끼를 낳게 해주려는 거야!"
잠깐, 새끼를 낳게 해준다고? 이 인간들이... 키댕이가 말했던 그 수의사들인가..?
확실히 뭔가를 준비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긴 하는데...
"선생님, 병원까지는 안 되겠는데요? 그냥 시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봇제비야 배에 최대한 힘 줘야 해. 조금만 참아!"
"세계... 세계평화아아아!!"
이 인간들은 정말 내 출산을 도우려는 것 같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유산됐었을 새끼를 간신히 살려주었고, 안전하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에 눈물이 날 정도의 감사함을 느끼면서,
나는 곧 세상에 태어날 새끼를 위해 힘을 꽉 주었다.
"그렇지... 조금만 더..!"
"무무무무무무무무무...!!!!"
"끼잉... 끼이잉..."
"후... 다행이야. 새끼는 매우 건강해."
"축하해, 봇제비야!"
"축하한다!"
"세... 세계평화.... 흑흑..."
드디어 내 아이가 태어났다.
그것도 건강하게 말이다.
이 수의사들 덕분이었다.
너무 기뻐.. 정말로..
수의사들은 갓 태어난 새끼를 수건으로 닦아주고, 탯줄을 자른 후 내 곁으로 옮겨주었다.
"세계평화..."
"끼이잉... 끼잉..."
새끼를 혀로 핥아주며 첫 인사를 건네본다.
모성애라는 게 이런 건가? 새끼를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따뜻하고 행복해..
하지만 나도 출산으로 인해 힘이 다했는지, 새끼를 핥아주다가 얼마 안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해버렸다.
여긴 어디지..?
주위가 온통 하얗다. 혹시 죽은 건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걷던 도중, 갑자기 그리운 목소리가 들렸다.
"세,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
2년 전 죽었던 엄마와 동생들이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난 바로 달려가서 가족들에게 안기며 그동안 꾹 참아왔던 울분을 다 토해냈다.
"보고 싶었어요 엄마아아... 흐흑..."
"기특하구나 우리 딸, 너마저 죽지 않기를 계속 기도했는데.."
"언니 최고!"
"흐윽... 흐으윽... 나 너무 힘들었어... (훌쩍) 솔직히 죽고 싶었어... 엄마랑 동생들 곁으로 가고 싶었어...(훌쩍) 근데 이젠 새끼가 태어나서.. 그렇게 할 수 없어어.."
"괜찮아. 이미 죽은 우린 신경쓰지 말고 끝까지 살아서 손주.. 아니 새끼를 잘 키워주고 지켜주렴. 엄마도 네 동생들도 바라는 건 그것뿐이란다."
"흑...흐윽... 근데 그럴 수가 있는지..."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언니는 이제 인간들에게 보호받기 시작했는걸?"
뭐..? 인간들에게 보호를 받아...?
그게 무슨 말이야?
이때 갑자기 가족들이 날 놔두고 하늘로 승천하기 시작했다.
"어... 엄마 잠깐만!!"
"자세한 건 깨어나면 알 수 있을 거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잘 지내야 한다!"
"언니 잘 지내!"
"또 만나!"
다시 헤어지는 것이 싫어서 발악하면서도,
나는 사랑이 담긴 마지막 말을 전했다.
"엄마아아아!! 동생들아아아!!!!
다들 사랑해애애!!!!"
"으... 우으..."
난 다시 눈을 떴다.
근데 이곳은... 병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이었다.
내가 낳았던 새끼는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보이는 것은 곳곳에서 인간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봇제비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이쿠, 깨어났구나."
"세계평화..."
이곳의 원장인 듯 했다.
난 울음소리와 여러 몸짓으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요청했는데..
"여긴 너희 봇제비와 결속동물들을 치료하고 도와주는 동물보호소야. 몇달 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고 빠르게 지어졌지.
너희가 심하게 학대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새 삶의 터전을 주기 위해서 거리를 쓸쓸하게 돌아다니는 결속동물들을 최대한 모아 이곳으로 데려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어."
우리를 위한... 보호소..?
정말 그게 있었단 말이야?
"세계평화... 세계평화...? (새 삶의 터전이라니... 그건 무슨 말인가요..?)"
"그건 아직은 비밀이란다. 회복하면 너와 새끼를 그곳으로 데려갈게. 일단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 푹 쉬고 있으렴."
원장님의 말이 맞다. 지금은 그동안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안정을 찾아야 한다.
일단 쉬고 나중에 생각해야지..
그런 와중에도 새끼는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낑.. 끼잉..."
"걱정 마.. 엄마가 끝까지 지켜줄게."
난 새끼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같이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한달 후, 원장님은 회복한 나와 새끼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직 모르고 있지?
이 근처에... 초대형 인공 제비숲이 있다는 걸."
뭐라고..? 인공 제비숲? 그건 또 무슨...
"2년 전 제비숲이 산불로 소각된 이후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너흴 위한 제비숲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 물론 인간이 직접 만든 거라 이전의 그 느낌까진 안 나겠지만... 최대한 똑같이 구현해보려 노력했단다. 심지어 강화유리로 보호되어 있어서 불에 탈 일도 없지."
그 장소에 도착하자, 원장님은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행복하게 지내렴.."
"세계평화..."
나는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년 전 불에 타는 걸 똑똑히 봤던 그 제비숲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열매와 가라아게가 열리는 그 나무, 수박 밭까지... 아무리 자연숲이 아닌 인공숲이라고 해도,
여긴 그냥 내가 살던 그 제비숲과 똑같았다.
게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봇제비들과 키댕이, 니지토끼, 료냥이들, 무려 수억 마리에 달하는 결속동물들이 이곳에서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고, 내가 새로 나타나자마자 달려와서 반기기까지 했다.
사실상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봇제비들은 두 팔을 번쩍 올리는 환영인사와 함께 그동안 고생했다며 다독여주었고, 니지토끼는 나와 새끼에게 꽃으로 만든 목걸이까지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키, 키타상?!"
"히토리, 히토리!!"
한때 함께 다녔다가 헤어졌었던 내 사랑이자 새끼의 아버지, 키댕이까지 이곳에 있었다.
"흐흑... 키... 키타상..."
"히토리.. 살아있어줘서.. 그리고 새끼를 건강하게 낳아줘서... 정말 고마워..."
"흑... 흐흑.. 흐아아아아아아!!!!!"'
난 결국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물론 슬픔의 통곡이 아닌, 드디어 행복을 찾았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가득 담긴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지금도 우리 봇제비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에선 모르지만 아직 터전을 찾지 못하고 밖에서 떠돌아다니다, 인간들에게 학대당해 죽어나가는 봇제비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세상에는, 좋은 인간들도 굉장히 많다는 걸.
언젠가 인간들이 해결책을 찾아서 우리가 잔인하게 학대당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 날이 오길 빌며 나는 오늘도 하루를 살아간다.
먼저 떠난 가족들을 위해서,
그리고.. 모든 봇제비와 결속동물을 위해서.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