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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봇제비) 인공제비숲과 불

ㅇㅇ(106.246)
2025-02-24 15:24:08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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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속보입니다, 최근 사라진 제비숲의 인공복원과 봇제비 복원사업을 시도하고 있던 봇제비 종복원센터 내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소방당국은 광역…”


연구원들도 소방관들도 접근하지 못하는 방화유리 속, 어디선가 시작된 불길이 이미 맹렬하게 숲속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산소, 산소를 차단…”


“안돼요! 산소를 차단하면 저 안에 있는 동물들이 전부 죽고 말겁니다”


“그런다고 이대로 둬?! 방치하면 다 타죽는다고! 일부만이라도 살려야 할거 아냐!”


“저 안으로 물 못뿌려요?”


”저 유리를 부수지 않는 이상은 들어갈 수가 없… 근데 스프링클러는 왜 작동을 안한겁니까?“


연구원들도 소방관들도 그저 탁상공론을 펼치는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멀쩡하게 동작하던 스프링클러와 살수설비는 화재 직전에 시스템 고장이 발생해서 먹통이 되어버렸고, 바람을 불어넣어주는 송풍설비는 전출력으로 돌아가며 불길을 숲 전체에 뿌려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봇제비들은 비명을 지르며 양팔을 든채 괴로워하거나 굴러다니며 불길과 뜨거움이 조금이라도 덜한곳을 찾았고 키댕이들은 그런 봇제비들을 물고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니지토끼들은 전력으로 몸을 흔들며 날개로 바람 방향을 바꿔보려 시도했고, 강이나 연못 등으로 뛰어들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동물들은 이윽고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입구는 이거 하나라구요?”


진입을 시도하던 구조대는 입구를 보며 한탄했다.


수많은 동물들이 탈출하겠다며 마구잡이로 몰려왔다가 문을 열 수 없게 되어 차곡차곡 쌓여버린 탓이었다.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끝없이 들리지만 연구원들이 할 수 있는거라곤 그저 지켜보는것 뿐.


구조대가 유리를 부숴보기 위해 다양한 장비들을 사용했지만 고작 스크래치를 내는 수준이었을 정도니 학대파의 공격으로부터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신경쓴 부분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왔다.


“안되겠는데요, 천장을 부수고 위에서 쏴야겠어요”


한참 진입을 시도한 소방관들이 천장을 부수고 위에서 방수를 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인공제비숲의 전체 외벽이 방화유리로 되어있었지만 천장쪽은 예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만류했다.


위에는 태양광 발전패널과 동물들에게 자연광을 주기 위한 대형창이 있었고, 그 파편으로 인해 동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던 탓이다.


“일단 살려야지 그딴게 중요해요? 이대로 있으면 진짜 다 죽는다고! 뭐해, 빨리 사다리차 배치해!”


지휘관은 서둘러 사다리차를 배치시키고 창문을 부술것을 지시했다.


파괴침으로 건물 벽을 부수고 물을 분사할 수 있는 특수장비였다.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파편이 숲속으로 떨어지고 바로 이어서 고압 직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들로서는 내부의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했기 때문에 창문을 깨자마자 기본옵션인 고압직수를 뿌려버린 것이다.


불길을 피해 도망치던 새끼 봇제비가 떨어진 유리파편에 다치고, 구하러 간 봇제비와 키댕이에게 고압 직수가 쏟아진다.


지켜봐야 하는 연구원들로서는 그저 허망할 뿐이었다.


하나 둘 파괴침이 꽂히고 사다리차들이 연달아 고압직수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불길은 잡히기 시작했지만 안에 있는 동물들에겐 수난의 연속이었다.


새로 뚫을 때마다 유리파편과 고압직수가 계속해서 쏟아진다.


서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어떻게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소방관들도 처량하게 보였다.


결국 4시간이 지나서야 불을 완전히 잡고 구조대가 파괴된 제비숲으로 들어섰다.


숲속은 뭐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나마 나무 밑둥이나 바위들, 연못이나 강의 물 정도만 식별이 될뿐 동물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젠장, 사다리차를 좀 더 빨리 배치할것을…“


서둘러 마지막까지 동물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향했다.


비록 중상을 입었고 숫자도 많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살아있는 동물들이 있었다.


“여기! 살아있는 동물들 발견했습니다!”


연구원들이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살아있는 동물들이 있다는건 고무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막상 상태를 보니 다들 상태가 위중했다.


이미 화재로 호흡기 부상을 입은데다 유리파편에 고압직수까지 맞아서 아무리 전문 수의사들이라 해도 완전히 살려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일단은 이게 최선이었으니…” 하며 연구원들이 최선을 다해 동물들을 살피고, 반대편에선 화재원인조사에 들어갔다.


유리벽을 따라가다보니 어느 배전반 인근에서 전선이 갉힌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있는 수풀과 잔디에서 발화된 흔적 또한 발견되었기에 이곳이 화재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갉힌 전선의 끝지점을 보니 “소방방수설비”와 “송풍설비”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결국 동물이 갉아먹은 전선의 스파크와 이상전류로 인해 불을 끌 수 있는 수단이 차단되어버렸다는 뜻이었다.


소방관들은 연구원을 불러 갉은 흔적을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어… 이, 이건 봇제비가 갉은 흔적입니다. 봇제비의 발톱자국과 거의 유사해요”


연구원도 당황한 눈치였다.


보통 전기설비 등은 동물들의 눈에 안띄게 숨겨놓고 너출되지 않게 처리하는데 이곳만 유독 손상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봇제비들은 홀로 숨어사는 것을 좋아하는 생물, 다른 동물들의 관심을 피해 외진곳을 찾아오다보니 전기설비 근처까지 왔고, 원인모를 이유로 땅을 파거나 주변을 할퀴어보다가 전선을 발견한 것으로 연구원들은 추측한다.


결국 명확한 사유는 “불명”으로 처리되었고, 수백만 마리를 보존하던 종복원센터에는 이제 수십마리의 동물들만 남게 되었다.


처음 불을 낸 봇제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반성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