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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봇제비) 봇제비와 머리장식, 그리고 세계평화

ㅇㅇ(106.246)
2025-03-05 10:55:39
조회 103
추천 10


최근들어 봇제비의 개체수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봇제비가 모일만한 숲에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고, 타이레놀을 섞은 가라아게나 돼지국밥우동을 놓아두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살처분도 있고…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었지만 그럼에도 봇제비는 거의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고,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봇제비에 대한 비난과 비인도적인 정상화 시도에 대한 비난이 맞붙었다.


이미 구제를 해야 할 정도를 넘어선 봇제비의 증가추세.


한편으론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봇제비를 정상화시키는게 가능하단 말인가…?


어느날 사람들이 키타박사의 연구소에 모였다.


한마리의 봇제비를 보고 있는 학자들은 술렁거리고 있었다.


봇제비의 아이덴티티(?)인 머리장식과 등의 검은 털이 없는 녀석이 키타박사가 준 사료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봇제비의 주식은 가라아게 아니면 돼지국밥우동, 하지만 녀석은 동물용 사료를 거리낌없이 잘만 먹고 있었다.


사료를 다 먹은 녀석에게 기타 장난감을 건네보았지만 녀석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석에서 나무를 갉거나 돌멩이를 굴리며 놀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학자들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봇제비에 당황한 눈치였고, 키타박사는 연구자료를 프레젠테이션하며 말했다.


“지금 보신 케이스는 머리장식과 검은 털이 제거된 상태로 버려져 있던 봇제비를 저희 센터에서 보호관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머리장식이 제거된 봇제비는 기존에 갖고 있던 정체성을 잃고 완전히 다른 종으로서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 자료를 봐주시죠“


자료에는 머리장식이 봇치생물로서의 정체성을 지니는 인자로서 작용되는가에 대한 내용을 응냨이나 노코로 실험했던 과거의 내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머리장식이 없어진 응냨이와 노코들이 극도의 혼란과 자괴감에 빠지는 바람에 실험을 중단하고 기록을 폐기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그 내용이 다른 의미로 빛을 발했다.


“결국 머리장식이 봇치생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지닌다는 결론을 얻은 저는 이 봇제비를 보호관찰하면서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다른 생물로서의 정체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녀석은 자신때문에 동족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채 신나게 나무를 갉고 있었다.


얼마 뒤, 유명 과학논문지에 키타박사의 봇제비가 케이스로 올라온 후부터 머리장식이 떼어내진 봇제비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 아니면 “세계평화~” 하고 울던 봇제비들은 중성화된 고양이마냥 고요해졌고, 가라아게나 돼지국밥우동을 먹으러 돌아다니거나 쓰레기를 뒤지던 녀석들도 거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애호파들은 “이게 무슨 동물학대냐”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이득이 더 큰 상황에서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장엔 사람들이 뜯고 부숴버린 봇제비들의 머리장식이 매일같이 쌓여가고 있었고 “거리가 조용하니 이제 좀 살겠네”라며 만족하는 이들도 늘어갔다.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잃은 봇제비는 더이상 봇제비가 아니니까.


머리장식을 잃은 봇제비들은 본능적으로 숲으로 달려갔다.


이를 관찰하려는 학자들은 숲속에 관찰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이들의 생태를 살폈다.


봇제비였던 녀석들은 땅을 파거나, 도토리나 열매들을 먹거나, 나무를 갉거나… 털만 분홍색이라 그렇지 나름 편안하고 고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가끔 먹이를 두고 다람쥐나 족제비와 싸울 때도 있었지만 인간과 맞대며 살 때보다는 훨씬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 모습이 다큐멘터리로 방송되자 야생으로 돌아온 봇제비는 더욱 급속도로 늘어났다.


모두가 머리장식 없는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고, 더이상 봇제비로 인한 싸움도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애호파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비폭력주의적인 봇제비들과의 공생과 세계평화는 이렇게 우리에게 찾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