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창작]
봇제비, 학대) 봇제비의 하루
매우 신이 나서 며칠 전부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봇제비, 요즘 인간들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최신형 그래픽카드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방문수령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좀 있긴 했지만 최신 그래픽카드를 이용해서 놀 것을 생각하자면 그리 아까운 조건도 아니었다.
흥분 속에 방문일정을 잡은 봇제비는 기쁜 마음으로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당일이 되자, 봇제비는 아침부터 평소보다도 더 깔끔하게 몸단장을 한 뒤 어느 전자상가로 향했다.
“바가지와 불친절”로 유명해서 인간들은 이용을 좀 꺼리는 곳이었는데, 인간을 가급적 피해야 하는 봇제비로서는 오히려 최적인 조건이었다.
그 덕분에 기분좋게 수령을 마치고 나온 봇제비,
하지만 그런 봇제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우리도 못구해서 난리인걸… 감히 저게?”
“기분 참도 좋아보이네, 괜히 짜증나게 시리”
“흑우당하고도 기분 좋단다… 하긴 저래야 팔맛 나지“
박스와 행복한 표정때문에 지나가는 곳마다 어그로를 끄는 봇제비, 결국 상가를 나서자마자 봇제비는 그래픽카드를 빼앗으려는 인간과 대치하게 되었다.
“이건 내가 가져가서 더 좋은데 써줄게”
“모, 모오오! (안돼! 그건 내가 내 돈으로 산 물건이야!)”
“뭐라는거야, 잘 쓰라고? 가져간다?”
인간은 필사적으로 박스를 붙든채 애원하는 봇제비의 팔을 억지로 떼어내려 했고, 봇제비도 박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결국 박스가 찢어져 완충재 스티로폼 조각이 날렸다.
다행히 그래픽카드가 파손되진 않았지만 그래픽카드는 인간의 손에 들어가버렸고, 인간은 순식간에 현장에서 사라졌다.
“잘 있어라, 너같은 유해조수한테 이딴게 왜 필요하냐?”
봇제비는 울먹이며 “저 도둑 좀 잡아주세요!”라며 소리쳤지만 그걸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봇제비의 울음소리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애호파가 아닌 이상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게로 돌아간 봇제비는 사장에게 울먹이며 몸짓 발짓으로 사정을 설명했지만, “이미 물건 받았잖아, 그럼 그걸 간수 못하고 뺏긴건 네 잘못이지. 그리고 신고? 당사자인 네가 해야 하는거 아냐?”라며 쫒겨났다.
다른 가게 주인들도 봇제비에게 협조해주지 않았다.
자기 가게에서 물건을 사준것도 아니고,
최신형 그래픽카드를 들고 돌아가는게 눈엣가시처럼 보인건 그들에게도 똑같았으니 말이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터덜터덜 상가를 나온 봇제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괜시리 짜증만 났다.
원래라면 그래픽카드를 들고 기분좋게 집에 돌아가 설치를 한 뒤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래픽카드는 강도당해서 뺏기고, 인간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짜증이 난 봇제비는 괜히 수풀에서 나비를 쫒아다니며 행복해하던 응냨이를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죄없는 응냨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일제히 봇제비를 비난했다.
”저 자식이 죄없는 응냨이를 죽여놓고는 난 죄 없어요 이딴 표정 짓고 있네?“
“저런 놈이 세계평화는 무슨 얼어죽을 세계평화야?”
”그래 맨날 귀여운척하더니… 역시 유해조수는 어쩔 수 없다니까?“
사람들이 비난하자 더 짜증이 난 봇제비는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로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괜히 한걸음 한걸음마다 짜증이 나는 봇제비.
빨리 들어가서 트롤짓을 하는 유저에게 여포질이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이 집에 도착했을 땐 문이 열려있고 안에서는 탄냄새와 재가 진동하고 있었다.
“모…? (이거 뭐야…?)”
완전히 다 타버린 집에 당황한 봇제비.
외출중이었기 때문에 전기합선으로 인한 불에서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자기 손으로 애써 장만한 컴퓨터와 기타들이 전부 잿더미가 되어버린 상황에 봇제비의 멘탈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