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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초장편 일붕문학] 이상한 나라의 일붕이

손잡이94
2025-02-15 15:05:00
조회 67
추천 10








“크하하하하!!!!!”


“비켜라!!!!!”



.....

..


..

.





”....여기는?”


습하고 끈적한 촉감이 그득한 가운데,
나는 알 수 없는 숲 속에 버려져있다.


어떻게 된거지?
그 전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다.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일종의 방어기재의 일환으로
기억이 지워졌으리라.

일단은 그렇게 여기고
여길 빠져나가야겠다.


계속해서 멍하니 시간을 허비하다간





곧 일몰이 다가올 이 광활한 숲에서
길을 잃고 말테니


희미하게 비춰오는 저 빛을 이정표 삼아
걷고 걸으며 나는,

무엇을 하다 이렇게 된 것인지
계속해서 되짚어본다.



“아까부터 메고 있는 이 백팩이 신경 쓰였어.”

묵직하고 큰 백팩
분명 안에 무엇이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지





“아니 이건...?”




드론이다.
나에게 드론이 있었다는 건?

희미했던 기억의 끝자락이
조금씩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그래, 난 분명 드론으로 무언갈 찍고 있었어.
무엇을 찍으려 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지금

이 숲의 탈출을 도울
최고의 도구가 생겼군.



하지만..


이 숲에 너무 오래 있었던 것일까





배터리가 얼마 없다.

드론이 작동하는 그 찰나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많이 보고
최대한 멀리 보자





이윽고 나는 큰 한숨을 몰아쉬고

드론을 위로 띄워 올렸다.



십 여초의 짧은 시간을 비행한 드론이 결국 방전됐다.

내가 드론을 통해 본 전방의 풍경은



서양풍의 근사한 궁전과
끝도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숲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만

이정표로 삼을 수 있는
목표가 하나 생겼다.


거주자가 있다면 양해를 구해보자

저렇게 거대한 숲을 해가 지기 전에 탈출하는 건
불가능 할테니



걷기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나는 드론을 통해 발견한
궁전과 같은 저택에 이르렀다.




이 깊은 숲속에서
저렇게 호화로운 저택을 짓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이 없는 과거의 유적이 아닐까
그렇다기엔 관리가 너무 잘되어있는데

사람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필시 범인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실례합니다. 안에 계십니까?”


....


“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는데,
송구스럽지만 하루만 신세를 질 수 있겠습니까?
몸을 뉘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됩니다.” 





이윽고 인기척이 느껴지며 문이 열렸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이 저택의 위치를 생각하면
지극히 당연하다.


“이 저택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여긴 어떻게 오셨소?”

“사실은 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숲속에 쓰러져있었죠.”

“.....

들어오시오. 이 숲은 금방 어두워진다오 .”


오늘 밤은 이 저택에서 신세를 지겠다.





따뜻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집 주인은
이윽고 먹을 것을 내온다.

“차린 것은 없소만, 시장하실테니 우선은 드시오 .”



“정말 감사합니다. 솜씨가 정말 좋으신걸요.
그나저나, 이 저택은 직접 지으신건가요?”


“뭐 그렇소. 본래 부촌에 살고 있었지만,
동네가 화마로 인해 불 타 없어진 트라우마로 인해
여기 숲 속에 튼튼한 집 하나 짓고 여생을 보낸다오 .”


“그렇군요... 유감입니다.”


“이 곳은 타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지.
내가 원하고 꿈꾸던 것들을 전부 실행에 옮길 수 있소.
난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하지.”


“하지만 굳이 이 숲속에 자리 잡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인적이 드문 정도가 아니어야 했거든.
철저히 내 방식대로 즐길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했다오 .
그대의 손을 보니, 필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겠군.”



악기..?

내가 악기를 다루는 사람?



“나도 그대의 행색과 정황을 보고 기억났네만
자네가 숲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난 모두 보고 있었네.”


...?!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연주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던거야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의 습격을 받았지




"ㅋㅋ크킄킄커컼컨티늄...."

“....!!! 이자식, 그럼 계획적으로??!”


“아앗...!!”





으아아앗!!!





아니 씨발




얜 또 뭐야











“얌전히 내 콜라보에 참여하도록 해라.”

“...ㅈ...제기랄!!!!”



“멋진 결과물을 보장하지
날 믿어라

Belief.”







-------





산장 아저씨는 물심양면으로
참여에 도움을 주었다.

단순 연주영상만을 찍고 가려 했던 나는

그의 코칭과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게 되었고
이전과 나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연주와 촬영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다.


하루만 묵고 가려던 계획은
일주일로 늘어나게 되었다.




“선생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저를 숲에서 습격하셨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참여 제의라면 대화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요.”


“....

난 자네를 습격한 적이 없네”


“예?”


“그건 내가 아냐. 다른 지독한 녀석의 습격으로부터
자넬 지켜냈을 뿐일세.

콜라보의 참여 제의는 자네가 연주자라는 걸 눈치채고
한 번 던져본 것일 뿐.

자네가 정신을 잃은 건 그 녀석의 습격 때문이지.”



.....‘와지끈 우당탕’



“제길, 녀석이 또 왔군... 자넨 여기 있게.”






“끼요오옷!!!! 하하하하”



크아악!!!



“선생님!!!”



“너!!!!! 이 녀석의 콜라보에 참여했다지???
그땐 이 녀석의 방해로 네놈을 데려가지 못했지만

오늘 기필코 너를 데려가겠다!!!“






기억이 돌아왔다...

날 습격한 건
이 녀석이다.

온건했던 산장 아저씨와는 다르다.



“난 지금!!!!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왠줄 아나????


참여자가 너무도 부족하기 때문이지!!!!!!

순순히 참여하는 것이 좋을거다!!!!!”




계속해서 듣다보니

그의 난폭한 언행에는 분명
절박함이 묻어나오고 있었고,

이미 한 번 콜라보를 접했던 나는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 그만해도 좋아.
참여하면 되는거겠지?”


“....?! 이렇게 간단히...?!”


“당신의 절박함은 잘 알겠어. 그러니
선생님과 내게 위해를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크읏.....!!!”




그는 이내 힘이 풀린듯 털썩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한 밤의 소동은 그렇게 끝났고,


이후 나는
그의 콜라보 또한 온 마음을 다해 도왔다.



-----



꽤 오랜 기간동안 숲에 묵으며
그들과는 그간 정이 들었으나,

작별을 고해야할 때다.



“선생님들, 그간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저도 이제 사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어요.”


“후후, 제법 즐거웠다.”

“덕분이다!!! 나 또한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멋진 콜라보 영상,
기대해도 괜찮겠죠?”


“걱정하지 마라.”

“너의 노력은 개최자인 우리가 책임진다!!!!”




정겨운 배웅을 받고 나는
숲을 벗어나 다시 도심으로 향했다.


언젠가, 그들이 만들어낼 멋진 결과물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