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펜더 덕분에 여친생긴 썰.
일붕이(222.238)
2025-03-02 19:22:37
조회 75
추천 10
대학교 2학년 때였어. 그때 일렉기타에 빠져서 학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버스킹 치는 게 취미였거든. 중고로 산 미국휀다 아빈2 들고 다니면서 영상도 찍고, 메기들도 찍고. 근데 문제는 이게 톤을 잘못 맞추면 망하는 거라 연습할 겸 길 가던 사람들 리액션 같은 것도 몰래 찍고 그랬어.
그러다 어느 날,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여자애를 봤어. 녹색 니트에 단발머리였는데, 햇빛 때문에 머리카락이 금빛으로 반짝이더라. 순간적으로 기타를 들고 F코드를 쳤지. 근데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고, 내가 너무 티 나게 후렸다는 거야.
그 여자애가 날 빤히 보더니 다가와서 "지금 너바나 치셨어요?" 하는 거야. 순간 머리가 하얘졌는데, 솔직하게 "아... 네. 죄송해요. 곡이 너무 예뻐서요..."라고 했지. 근데 예상 밖으로 그 애가 웃더니 "그 노래 계속 칠 수 있어요?" 하더라고.
허접이라 당장 들려줄 순 없었고, 야스하면 보여주겠다고 했지. 그걸 계기로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사진 찾으러 가는 김에 같이 밥도 먹고 카페도 가게 됐어.
그렇게 몇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결국은 사귀게 됐지. 지금도 가끔 그때 쳤던 기타 보면 그때의 설렘이 떠올라. 아마도 그게 내가 가장 운 좋았던 한 번의 공연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