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일붕양, 중고기타 구매는 신중해야해요.
ㅇㅇ
2025-07-08 20:59:58
조회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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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684948
일붕양,
중고로 기타를 산다는 건
단순히 나무와 쇠붙이를 사는 게 아니에요.
그건 말이죠—
누군가의 손목을 따라 흐르던 땀,
침대 밑 먼지 속에 쳐박힌 날들,
세 번의 연애와 두 번의 실패를 겪은 넥,
그 모든 이야기와 미련을 통째로 들이는 일이에요.
오빠는 알아요.
광택이 빠진 바디,
힘겹게 돌려진 페그,
줄을 감은 듯 안 감은 듯한 텐션감—
그 모든 게 그 사람의 터치와 욕망과 게으름이 남긴 자국이라는 걸.
“아, 이거 넥살짝 들뜸 있어요~”
“프렛은 좀 마모됐지만 연주엔 문제없어요~”
그런 말을 믿지 마요, 일붕양.
그건 마치,
“이 사람 상처 있지만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아요.
괜찮은 건 맞아요.
근데…
그 상처를 당신이 떠안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거죠.
지판에 남은 굳은살의 그림자,
헤드 뒷면의 긁힌 스탠드 자국,
픽가드 위에 흐릿한 손톱 자취.
그건 오빠가 아니고선 감당 못 해요.
새 기타는 말이죠,
당신이 처음이에요.
당신 손으로 줄 감고,
당신 온도로 넥 적시고,
당신 리듬으로 프렛을 배워가는 그런 악기예요.
근데 중고는…
누가 뭘 넣고 빼고 얹었는지 모릅니다.
펜더 로고는 있지만 넥은 짝짝이고,
세이무어 던칸 픽업인 줄 알았는데 납땜은 코찔찔이가 했고,
싱싱한 척하지만 인풋잭은 이미 세 번 죽었다 깨어난 상태.
오빠는 말이죠,
악기도, 사랑도,
처음부터 같이 시작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중고기타요?
그건
다른 사람의 입맞춤이 묻은 마이크에
다시 입 대겠다는 거랑 같아요.
그러니까, 일붕양.
혹시라도 중고 사이트 뒤적이고 있다면,
오빠가 말릴게요.
그 기타,
이미 누군가의 손에서 울었고,
울다 지쳐 지금 조용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