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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톤 벤더, 퍼즈페이스 핥아보기 (장문)
Rane
2025-07-16 18:04:18
조회 84
추천 11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704218
아까 퍼즈 소자 종류 물어보는 일붕이도 있었고, 나도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찾아본게 있는데 이것들 전부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써보는 글임
최대한 교차검증을 해봐도 참고한 레퍼런스마다 조금씩 다른 얘기들이 있기도 했고, 틀린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얘기해주셈
우선 톤벤더는 이 게리 허스트라는 영국 아재가
1962년에 마에스트로에서 만든 최초의 퍼즈 페달인 마에스트로 퍼즈톤을 참고해서 만든 자작 이펙터에서 시작됐음.
(참고로 마에스트로는 깁슨 산하 브랜드임)
글고 저 자작 이펙터가 점점 발전하다가 마침내 1965년에 나온 금색에 치킨헤드 노브 두개 달린 최초의 톤 벤더를 첫번째 버전이라 해서 대충 톤 벤더 MK1이라고 부름.
가장 처음 만든 톤 벤더 MK1들은 이렇게 나무로 만든 인클로저에 담겨서 제작됐는데 목재라는 재질의 한계 상 워낙 내구성이 약했던 터라 현재까지 살아남은건 게리 허스트 본인이 가지고 있던 단 하나뿐이라 함 (나중에 JMI에서 목재 인클로저 버전을 그대로 리이슈했음)
위가 마에스트로 퍼즈톤 FZ-1의 회로도이고, 아래가 톤벤더 MK1의 회로도인데
둘다 트랜지스터(형광색으로 표시한 부분)가 게르마늄으로다가 3개 들어가는데다, 부품들의 포지션 또한 한두군데 제외하면 거의 일치하는걸 알 수 있음. 위에서 말했듯 거의 클론 페달에 가까운 포지션으로 시작한 제품이다보니 당연했던 것.
근데 저 톤 벤더 MK1이 워낙에 괜찮은 소리를 내기가 까다로웠고(필스타 아재의 말을 빌리자면 저 트랜지스터 3개가 제대로 매칭되지 않으면 아주 거지같은 소리를 낸다 함)
제작비 관련 문제인지, 회로 쪽 특허 관련 문제인지 뭐가 있었는지 1966년에 설계를 뜯어 고쳐다가 새로운 버전을 만들게 되는데
바로 솔라사운드 톤 벤더 MK1.5임
겉으로 보기에도 대충대충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제작해서 어딘가 엉성해보였던 MK1과 비교하면 아예 만능기판으로 제작한 모습인데
가장 중요한 변경점은 사용된 트랜지스터가 OC75 게르마늄 2개로 줄어들고 설계도 훨씬 단순화됐다는 거임
이 회로도는 조금 뒤에 퍼즈페이스 얘기할때 한번 더 나오니 잘 기억해두자
근데 저 톤 벤더 MK1.5도 그다지 오래 생산되지 못하고 또 설계가 갈려버린다
그렇게 나온게 그 유명한 솔라사운드 톤 벤더 프로페셔널 MK2이고, 뒤이어 나올 MK3와 함께 제일 널리 사용, 복각되는 톤 벤더 회로임.
겉보기엔 MK1.5랑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할수도 있고, 인클로저도 똑같은 모양을 쓴지라 헷갈릴 수 있는데 잘 보면 얜 페달 표면에 PROFESSIONAL MKII 라고 적혀있어서 쉽게 구분이 가능함.
가장 큰 변경점으로는 다시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3개(주로 OC75, 혹은 OC81D를 사용했음)를 쓰는 구조로 선회했다는 건데, MK1이랑은 또 작동 방식이 상이함.
기존 톤 벤더 MK1이 마에스트로 퍼즈톤처럼 맨 앞단의 Q1 트랜지스터를 입력 임피던스를 안정화해주는 이미터 팔로워 회로의 구성요소로 사용해서 실질적으로는 Q2, Q3 트랜지스터 두개만을 증폭에 사용했다면
톤 벤더 MK2는 Q1 트랜지스터를 증폭단의 구성요소로 사용해서 3개의 트랜지스터 전부를 신호 증폭에 사용하고 이 덕분에 MK1, MK1.5 대비 훨씬 게인이 강력하게 걸리게 됨.
마샬에서도 저 MK2 회로를 개조해서 슈퍼퍼즈라는 변종을 만들기도 함.
그리고 마지막이 대망의 톤 벤더 MK3인데 여전히 트랜지스터 3개를 사용하는 구조이지만 또 내부 구조가 거하게 갈림.
일단 보다시피 톤 노브(Tereble, Bass라 적힌 저거)가 추가돼서 음색 가변성이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 있고,
맨 앞단 두개의 트랜지스터(형광색으로 강조된 Q1, Q2 소자)가 달링턴 쌍 구조를 이루어 아예 증폭률이 엄청나게 높은 하나의 트랜지스터처럼 작동하면서 입력 신호를 미칠듯이 뻥튀기 시켜놓고,
이걸 Q3 트랜지스터가 받아다가 찍어눌러서 파형을 펑탄화시키는 원리(클리핑)로 질감을 만들어냄.
보면 알겠지만 일전의 다른 톤 벤더들이랑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Q1이랑 Q2는 클리핑 직전에 신호를 무식할정도로 뻥튀기시키는 용도로만 사용되기에 딱히 음색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
퍼즈 센트럴에서도 자작할땐 게르마늄이니 실리콘이니 신경 끄고 그냥 2N3906같은 로우게인 범용 PNP 트랜지스터 아무거나 쓰라고 할 정도니까... (당연히 클리핑 트랜지스터인 Q3 트랜지스터는 매우 중요함)
톤 벤더 MK3부터는 설계자인 게리 허스트가 따로 회로 특허 등록을 안했기 때문에 수많은 브랜드들에서 유사품을 만들어냄.
일단 위에서도 나온 복스 톤 벤더 MK3가 가장 유명하고(솔라 사운드 오리지널보다도 구하기 쉽다 함)
파란색 인클로저가 참 인상적인 파크 퍼즈 사운드
(회로도가 없어서 리이슈 모델 기판 사진으로 대체)
로토사운드 퍼즈 박스도 톤 벤더 MK3 클론으로 아주 유명함
톤 벤더류, 특히 MK1.5나 MK2 복각할 때는 오리지널 모델에 가장 널리 사용되었던 OC 넘버 게르마늄 트랜지스터(OC71, OC44, OC81D, OC75 등등), 특히 뮬라드에서 제작된걸 제일로 쳐줌. 검은색 유리 형태 패키지로 실장됐다 해서 블랙 글라스라고 주로 부른다.
사족이지만 저 블랙 글라스 OC71은 오리지널 아비터 레인지마스터 트레블부스터에도 사용되었던 나름 근본있는 소자라고 함.
요즘은 저 소자들도 구하기 힘들어져서 구 소련 위성국에서 제작된 군용 게르마늄 트랜지스터를 대체 소자로 많이들 사서 쓴다고 함(MP 넘버링 등)
이제 톤벤더 관련 얘기를 다 풀었으니 영혼의 단짝이라 할 수 있는 퍼즈페이스 얘기를 안할수가 없는데
퍼즈페이스는 영국에 아비터라는 회사에서 1966년에 만든 퍼즈 이펙터임. 워낙 가격이 저렴해서 헨드릭스를 포함해서 영국 음악계에서 많이 사용됐다 함.
각설하고 우선 퍼즈페이스의 회로도를 보자
?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기시감이 든다
맞음. 아까 언급한 톤 벤더 MK1.5랑 회로가 아예 똑같이 생겼다
소자 값만 살짝 다르고 사용된 부품 갯수(예: 트랜지스터 2개)까지 동일함
그래서 톤 벤더 MK1.5랑 퍼즈페이스는 소리 질감이 매우 유사하기도 하고,
부띠크 퍼즈 복각하는 아재들은 스위치 딸깍으로 톤 벤더 MK1.5랑 퍼즈페이스 음색을 오갈수 있도록 만들기도 함
여담으로 저 톤 벤더 MK1.5, 퍼즈페이스 회로를 써서 만들어진 변종이 하나 더 있는데, 컬러사운드 퍼즈 박스라는 1노브짜리 퍼즈임.
대충 퍼즈 노브를 최대로 놨을때의 음색에서 볼륨만 조절했을 때의 사운드를 내주는 퍼즈인데,
국내기업인 암스테르담 크림에서 저걸 복각해서 출시한 빅 아이 퍼즈는 돌도끼단 수장께서 소장중이신 퍼즈 전체를 리뷰하면서 가성비 GOAT 퍼즈라며 극찬하신 적도 있으니 관심 있으면 함 써보는걸 추천함.
퍼즈페이스는 당시로선 특이하게도 개발된지 얼마 안된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사용한걸로도 유명한데,
게르마늄 트랜지스터가 워낙에 온도에 민감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다보니 그걸 해결하려고 도입하였다고 알려져있음.
간혹 게르마늄 = 빈티지= 짱 좋음, 실리콘 = 모던 = 별로 안좋음이라 얘기하기도 하는데, 실리콘 트랜지스터 퍼즈페이스도 의외로 60년대부터 만들어지던 근본 오브 근본인데다 헨드릭스, 스레본도 썼다 하니 오해하지 말자.
게르마늄은 로우게인, 빈티지, 따뜻한 성향이라 알려져있고, 실리콘은 하이게인, 약간 모던, 깔끔한 성향이라 통하는데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니 각자 연주 성향에 맞는걸 선택하면 됨.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퍼즈페이스에서 제일로 쳐주는건 누가 뭐래도 뉴마켓에서 제작된 독일제 NKT275임.
특히 NKT275 중에서도 위 사진처럼 패키지 표면에 빨간색 점이 찍힌 레드닷 NKT275가 60년대 게르마늄 퍼즈페이스에 가장 많이 쓰였다는 이유로 최고로 쳐준다.
수요는 늘어만 가는데 오래전에 단종됐다보니 가격이 우주 끝까지 날아가버린걸로도 유명하고, 무려 미국제 리프로덕션 or 짝퉁 소자가 돌아다닌다는 비범한 얘기까지도 있음
저게 무려 "개당" 가격인데, hFe랑 누전율까지 맞는거 두개 사서 매칭하려면 말도 안되는 급의 지출을 해야됨
실리콘 퍼즈페이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 1960년대~1970년대 텔레퐁켄제 BC108C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제일 좋게 쳐주는 경향이 있음.
BC108은 지금도 여러 제조사에서 신품 생산이 이뤄지고 있고, 던롭에서 나오는 지미 헨드릭스 시그니처 퍼즈페이스에도 들어가고 있으니 그래도 맛 정도는 볼수 있다는게 다행인 셈임.
근데 여기서도 60년대 극소수 생산분 (+던롭 에릭 존슨 시그니처 퍼즈페이스)에만 들어간 BC183L이라는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있는데, 얘는 생산이 종료돼서 지금은 신품을 구할수가 없음
덕분에 저게 들어간 에릭 존슨 시그니처 퍼즈페이스는 지금 신품가에 2배 3배정도 프리미엄이 붙어서 거래됨
아마 반응 좋으면 옥타비아나 빅머프 관련 글도 써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