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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Pavement에 대한 생각들 1

9132025
2025-08-01 15:26:09
조회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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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740477








많이들 알겠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주류 록 음악계는 헤어 메탈이나 LA 메탈을 위시한 상업적이고 기교적인 록이 중심이 되던 상황에서 Nirvana로 대표되는 그런지의 대두로 순식간에 판도가 뒤집어지게 됨. 
마이너와 언더그라운드에 머무르던 인디와 얼터너티브가 본격적으로 상업적으로 대두되며, 기존의 하드 록과 메탈에 기반한 주류 록 음악계가 점차 바뀌어 가고 있었지.


조금 짓궂게 말하자면 이제 테크니컬한 완성도와 화려한 쇼맨십 대신 단순 무식쟁이 인디선족과 얼터슝좍들의 아마추어 정신으로 예쁘게 포장된 일자무식한 횡포가 시작되었다는 거임... 물론 농담?이다


그런 상황에 시의적절하게 나타나서 자기까지 포함한 록 음악계와 일상의 풍경과 그 내면,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뒤틀리면서 매혹적인 방식으로 풀어낸, 요상한 밴드도 하나 있었는데... 밴드 이름이 참 대단하게도 포장도로, Pavement 이다.









 - Pavement, 밴드의 결성






1966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Stephen Malkmus / 스티븐 말크머스.

그는 밴드의 주된 작사와 작곡을 맡는 Pavement의 중추 격인 존재이다. 그는 8살 때쯤 북쪽에 있는 스톡턴으로 이사를 가게 되며, 그 곳에서 음악을 함께하게 될 여러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는 반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는 등 나름 머리가 좋은 편이었지만, 미성년자 신분으로 술을 마시거나 건물 옥상을 마구 뛰어다니는 등 각종 비행이나 기행도 저지르는 청소년이었다고 함. 

70-80년대에 자라난 비행 청소년이면 당연히 쿨한 문화인 펑크 록이라던가 일렉트릭 기타에도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 일. 
그 또한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를 듣고는 기타를 잡게 되었다. 그는 The Velvet Underground, The Replacements, The Fall, Minor Threat, R.E.M., Minutemen 등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애정이나 감각을 키워 갔음.


어느 정도 머리가 굳고 나서는 가까운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밴드를 거쳐가다가, 스톡턴의 친구이며 마찬가지로 기타를 치던 스콧 캔버그와 함께 밴드를 꾸리기로 한다. 이후에 드러머인 게리 영까지 영입해 초창기의 3인조 멤버가 형성되기에 이름.





Scott Kannberg / 스콧 캔버그


(또 하나의 창립 멤버이며 주로 기타를 치며 가끔 보컬도 맡곤 한다. Spiral Stairs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한다. 
주로 사용한 기타는 펜더 텔레캐스터 디럭스나 재즈마스터, 스트라토캐스터 등의 펜더 스타일 기타들.)






Gary Young / 게리 영


(첫 드러머이자 스튜디오를 제공해준 자. 성격은 유쾌했지만 음주 문제가 다소 심했다. 2023년에 별세하였다.)





이런 인디 밴드는 꽤 많겠지만서도... 이들은 보통보다도 일자무식에 가까워 음악의 기술이나 이론에는 전혀 능통하지 않지만, 음악을 만드는 데에는 은근 의욕적인 사람들이었음. 딱히 자신들이 진짜로 밴드라는 생각도 잘 안 했다지만 ㅋㅋㅋ

다른 두 명에 비해 나이가 비교적 많았던 게리 영은 차고를 개량한 것에 가깝지만 나름의 홈 레코딩 스튜디오(Louder Than You Think Studios)를 가지고 있었고,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을 잡은 이들은 스근한 펑크, 또는 'Slacker' 마인드로 각각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을 소요해서 3장 가량의 EP를 녹음한다.






이렇게 발매된 3장의 EP [Slay Tracks: 1933-1969][Demolition Plot J-7][Perfect Sound Forever]. 
음질은 조악하고 연주는 조잡하며 보컬도 괴악하지만, 이런 엉성한 요소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보여주는 느슨하면서도 반짝이는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를 이미 초창기부터 느낄 수 있음.

(이 EP들은 대략 1천 장 내외로 많이 생산하지 않았으며, 이후 EP의 곡들은 1993년 컴필레이션 앨범인 [Westing (By Musket and Sextant)]에 재수록된다.)




(첫 EP인 [Slay Tracks: 1933-1969]의 첫 트랙인 'You're Killing Me'. 짙게 깔린 노이즈 속에서 들려오는 두 기타와 힘 빠진 말크머스의 보컬이 밴드의 시작을 알린다.)




(The Wedding Present의 커버 버전.)




첫 EP의 수록곡인 'Box Elder'는 영국의 쟁글 팝 밴드 The Wedding Present가 커버한 것을 무려 BBC Radio의 DJ였던 John Peel / 존 필이 방송하게 되는데, 덕분에 Pavement가 영국에도 조금씩 인지도를 가지게 됨. 
이미 존 필은 이 때부터 밴드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들의 열성적인 팬이 되었다고 한다










- 대망의 데뷔 앨범이자 걸작, [Slanted and Enchanted]





EP를 3장 녹음하고 발매하면서, Pavement는 음악 평론지로부터 호평도 받고 공연도 열심히 하며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승승장구하게 됨.


밴드는 슬슬 시기가 되었다 느낀 건지 1991년에는 정규 앨범을 만들게 되는데, 이 앨범마저도 고작 열흘도 안 되는 기간에 녹음을 끝마치고는, 그걸 거진 1년간 카세트 테이프로 팔다가 1992년 4월 20일에야 마타도어 레코즈를 통해 정식으로 발매된다.








(다소 기괴하게 생긴 앨범 커버는 미국의 피아노 듀오 'Ferrante & Teicher'의 앨범인 [Keyboard Kapers]를 잔뜩 긁어내어 만든 것이다.)





(기념비적인 정규 1집의 첫 트랙인 'Summer Babe (Winter Version)'. 제목부터 이미 모순된 이 노래만 듣더라도 밴드의 아이러니의 미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떠올려 본다.)






(밴드 최고 명곡 중 하나인 'In The Mouth A Desert'. 밴드 내의 다소 불균형하면서도  우정으로 돌아가고 있는 관계를 다룬다는 해석이 있었다.)



그렇게 발매된 Pavement의 1집 [Slanted and Enchanted]는 여러 평론지로부터 극찬받으며 그 해 최고의 앨범, 90년대 최고의 앨범, 역대 최고의 록 음악 앨범 등의 리스트에도 오르는 등 호평이란 호평은 쓸어 담게 된다. 거기다가 영국 앨범 차트 72위에도 오르며 흥행까지 챙기게 됨. (Pixies나 The Strokes도 그렇고 이런 밴드들은 영국에서 더 흥행하는 듯 ㅋㅋㅋ) 


2007년 기준으로 무려 15만 장 가량이 팔렸다고 하는데, 발매된 지 15년 지난 시점에서의 판매량이 의미가 있나 싶지만 인디 밴드로 15만 장을 파는 건 꽤나 굉장한 일이다.
이런 어린애들 장난질 하는 듯한 음악들이 담긴 앨범이 그렇게 많이 팔리고 호평받았다고? 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음악이 엉성하게 보이는 건 그걸 대강 알고도 밀고 가버린 뻔뻔함이 대단하달까.


이렇게 인디 밴드로써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밴드의 메이저로의 이적 또한 주목받는 사안이었지만, 뜻밖에도 밴드는 인디 레이블인 마타도어 레코즈에 잔존하기로 함. 
그렇게 Pavement는 인디 씬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으며, 마타도어 레코즈 또한 Teenage Fanclub, Guided By Voices, Yo La Tengo, Mogwai 등의 여러 유명 인디 밴드와 함께 명성을 얻게 되었음...





('Here'은 유일하게 다른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곡이기에 다른 수록곡들과 다소 사운드와 분위기의 차이가 있다.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너무나 느긋하고 아름다워서 정말 좋아한다.)





[Slanted and Enchanted]는 여러 의미에서 중요한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Pavement의 음악에 대해서 보통 일컬어지는 여러 가지 특징을 말하자면
다소 뒤틀렸으면서도 아름다운 멜로디, 노이지하고 대충대충인 악기 연주, 루 리드와 결이 비슷한 스티븐 말크머스의 나른한 보컬, 의식의 흐름마냥 배배 꼬였으면서도 지적인 가사 등이 있는데, 그러한 요소들이 이미 이 데뷔 앨범에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부분은 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인 The Fall,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The Replacements, 그 외에도 여러 펑크와 하드코어, 컬리지 록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wikipedia와 Guitar.com의 분석에 따라 앨범의 기타 연주에 대해 좀 덧붙이자면, 수록된 곡들 중에서는 베이스가 없는 곡들이 있다. 1집 시점에서 밴드는 따로 베이스 담당이 없었기에, 'Here'처럼 끝까지 베이스가 없는 채로 곡을 만들거나 기타에 변칙 튜닝을 적용하여 저음을 채우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The Mouth a Desert', 'Loretta's Scars and Jackals' 등은 CGDGBE 튜닝, 'Summer Babe', 'Conduit For Sale!' 등은 DADABE 튜닝으로 연주되었다.)


그러한 앨범의 면모들은 당연히 아는 것 없지만 일단 음악을 만들며 부딪혀보자는 DIY 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시 재현할 수 없는 순간 순간의 미묘한 기운과 생동감이 녹아 있는데, 이 때문에 밴드의 주 작사 작곡을 맡는 스티븐 말크머스는 Pavement 앨범 중 이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곤 함.


또한 Pavement를 비롯한 밴드와 음악의 무심한 듯 대충대충인 태도는 당시 청년층과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며, 삶에 무심하고 설렁설렁한 젊은이들을 일컫는 Slacker / 슬래커라는 집단을 규정하기에 이르는데, 이들이 만드는 록 음악인 슬래커 록 / lo-fi 록은 이미 메인스트림화된 그런지 등과 대치하는 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또 다른 축이 되었음. 이후의 인디 음악과 베드룸 팝 등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제목인 Watery, Domestic은 밴드 멤버인 밥 나스타노비치의 맥주 취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즈음 EP [Watery, Domestic]을 녹음하고 1집의 투어를 진행하면서, 밴드 멤버의 구성 또한 제대로 굳어지게 됨.
(이 EP도 상당히 좋은 작품인데, 특히 2번째 트랙인 'Frontwards'는 페이브먼트의 팬들 사이에서는 밴드의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도 꼽히는 명곡이다.)


우선 베이스를 맡을 마크 아이볼드와 퍼커션과 보컬 등을 맡을 밥 나스타노비치를 들이며 밴드는 5인조로 구성을 확대함.

그리고 게리 영은 드러머로도 활동하며 앨범을 녹음할 스튜디오를 제공하는 등 여러 도움을 주었지만, 심한 음주로 인해 종종 사고를 일으켰었는데, 이게 심해지자 (밴드 멤버에게 총을 겨눈 일도 있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밴드는 게리 영을 해고하고 새로운 드러머 스티브 웨스트를 영입하며 팀이 새로 완성된다.





Bob Nastanovich / 밥 나스타노비치


(그는 이미 말크머스와 'Silver Jews' 활동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버먼과 친했으며 'Ectoslavia' 라는 밴드로 함께한 적도 있었다. 탬버린 같은 퍼커션이나 백킹 보컬, 신디사이저 등 여러 악기를 담당하여 밴드 사운드에 활기를 톡톡히 불어 넣어준다!)





Mark Ibold / 마크 아이볼드


(인디 록 음악계에서 은근 미식가로 알려졌으며, 본인이 바텐더를 한 적도 있다! 나중에는 Sonic Youth에 합류해 같이 라이브를 돌거나 [The Eternal] 앨범 녹음에도 참여하였다.)







Steve West / 스티브 웨스트


(게리 영 이후 메인 드러머로 합류한 사람. 정작 말크머스한테 실력이 부족하다는 꼽을 먹었다는 말도 있었다. ㄹㅇ이가... 이 사람도 'Marble Vally'라는 솔로 프로젝트로도 활동한다.)








 - [Crooked Rain, Crooked Rain]의 성공, 그리고 온갖 너스레들






상당한 호평과 흥행을 통해 인디 씬에서 입지를 다진 Pavement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롭게 정규 2집을 준비하고,
그렇게 발매된 앨범은 밴드 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흥겨우면서도 아이러니한 앨범이었으니 그게 [Crooked Rain, Crooked Rain] 이겠다.




그런지의 사례처럼 당시의 인디, 얼터너티브 음악들이 메이저 씬으로 대두되며 급속도로 상업화되고 당연히 그에 따르는 반발도 많았는데, 이런 맥락에서 특수하게도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지 않고 인디에 머무른 채로 나름의 성공을 거둔 Pavement는 여러 밴드나 씬의 움직임에 대해 모순적이고 달콤한 냉소로 응답하게 됨





[Crooked Rain, Crooked Rain]은 발매 후 영국 앨범 차트 20위권 안에 들고, 가장 크게 히트한 'Cut Your Hair'는 빌보드 얼터너티브 송 차트 10권에도 드는 등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Pavement 앨범이 되었음.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대체로 전작과 비슷하거나 더 좋다는 논조의 호평 세례가 이어졌고, 이후에도 Pavement를 어떤 앨범부터 들을까 하면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앨범이기도 함.


(한 인터뷰에 따르면 60-70년대 캘리포니아 식 포크, 사이키텔릭 음악의 감수성을 이끌어내고자 했다는 말이 있는데, 정작 앨범의 녹음은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Crooked Rain, Crooked Rain]은 엉뚱한 곡 전개는 남아 있지만, 전작보다 더 달달하고 말끔한 멜로디와 대비를 이루는 냉소 가득한 가사가 매력적인 앨범임.





이를 테면 그들의 대표곡이자 가장 히트쳤던 곡인 'Cut Your Hair'는 아이러니하게도, 개성 없는 밴드들로 포화 상태인 록 음악 씬과 외적인 이미지에만 몰두하는 현상 등을 비꼬는 내용임.
(다른 MV도 그렇지만 감성이 좀 맛이 가 있다...)



(나름 TV 쇼에서 공연하는 데도 라이브가 그냥 ㅈ1랄맞다... 마지막에 말크머스의 SG가 스트랩이 풀려서 그대로 떨어지는데, 그게 보기 좀 쉽지 않다. 걸밴크 1화 니나랑 좋은 승부 가능할 듯)






더 나아가 'Range Life'는 Smashing Pumpkins, Stone Temple Pilots 등을 직접 거론하며 까버린다! (이 때문에 빌리 코건이 룰라팔루자에 페이브먼트가 나오면 자기들은 나가겠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고... 스티븐 말크머스 내한 때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런 거 장난에 가깝고 스매싱 펌킨즈는 좋아하는 곡도 있다고 한다. 다만 빌리 코건의 보컬은 그닥이라는 듯 ㅋㅋㅋ)



(왜 이런 짓궂은 일을 벌였는가 하면, 아까 언급한 슬래커 록이 도대체 뭔가? 에 대해 더 생각해 봐야 함. 90년대는 당시의 얼터너티브 붐을 타고 여러 그런지, 얼터너티브 밴드가 너바나처럼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고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는 일이 잦았는데, 그러면서 원래의 음악 스타일이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거나 인디 씬을 잊는 등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사례들도 생겨 났음. 이런 걸 보통 Sellout이라고 하나?


슬래커 록은 그러한 초심에서 멀어져 변질되어버린 메인스트림화된 얼터너티브와는 거리를 두며, 본래의 펑크, DIY 정신과 진실함, 솔직함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장르였음. 그러한 맥락 속에서 일반적으로 상업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음악에서는 듣기 힘든 저음질, 펑크니 히드코어에서 영향을 받은 연주 방식, 부, 명예에 다소 무심하고 만사에 대충인 태도 등이 나오게 되었다는 것. 


당연히 DIY로 모든 걸 꾸려 나가며 인디 씬 안에서 성공을 거두고 인디에 남은 Pavement 입장에서는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스매싱 펌킨즈나 STP 같은 밴드는 아니꼽게 보였을 만도 한 것. 그러나 말크머스는 워낙 배배 꼬인 가사를 쓰기로 유명해서, 이게 진심인지, 혹은 스스로 또한 돌려까는 내용인지 명백하지는 않음. 
개인적으로는 Steve Albini 같은 사람들의 주장도 멋지지만 Sonic Youth가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 사실들처럼 메인스트림으로 진출했던 밴드들도 충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음. 어느 쪽이 더 정당한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렸다.)







그리고 'Fillmore Jive' 처럼 60,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록 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며 록의 종말을 기리는 일종의 스완송을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두는 등, 록 음악계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가 꽤나 두드러진다.

이런 시니컬한 태도는 밴드 자신도 예외가 아니며, 'Gold Soundz'에서는 자신들의 음악적인 방향성에 대해 의심하고 회의하는 모습도 보여 준다. Pavement가 당시 인디 씬에서 확고한 지지를 받은 것도 냉소만이 아닌 성찰적이고 솔직한 면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함. 보통 인디 팬들 쪽에서 원하는 건 결국 그런 솔직함, 진솔한 태도 같은 거니깐








(이것도 밴드 최고의 곡 중 하나인 그저 명곡... 이런 멜로디가 참 좋다)


어쨌거나 앨범은 크게 히트했고 밴드도 라이브나 투어를 이어가며 계속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밴드가 그러하듯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투어로 인한 피곤함과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에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음.













 [Wowee Zowee]의 준비와...... 다소의 실패





1994년 10월 쯤, Pavement는 2년 동안의 투어를 하고서는 새롭게 앨범을 만들기로 결정했음.
밴드가 워낙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며, 전작의 후광이 상당했기에 그들도 압박감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지레짐작해봄.


밴드는 이전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 이전부터 있었던 매력인 뜬금없거나 엉뚱한 면모를 더욱 키우고, 동시에 여러 음악 장르를 실험하는 아이디어를 덧붙여가면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하였음.


이를 위해 이전에는 (의외로) 없었던 5명이 함께 한 자리서 녹음을 진행하고, 거의 스티븐 말크머스의 주도였던 작사 작곡의 지분을 스콧 캔버그가 나눠 가진다거나, 트랙 리스트를 스콧이 아닌 말크머스가 정한다거나 (이 앨범이 말크머스가 트랙 리스트를 정한 유일한 앨범인데, 그 때문에 [Wowee Zowee]는 Pavement의 정규 앨범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의도나 지향점을 두지 않고 서로 음악이 들어맞지 않는 부분도 놔두는 등...
밴드는 이전보다 더욱 협력적이면서 비중도 고르게 굴러갔고, 그 안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이어갔음.







그렇게 1995년 4월 11일 발매된 대망의 3번째 앨범 [Wowee Zowee]는... 










(앨범명은 Frank Zappa & The Mothers of Invention의 곡 'Wowie Zowie'에서 따왔다는 설과, 전 드러머 게리 영이 자주 말했던 'Wowee Zowee'라는 감탄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냥 둘 다일 수도 있고?)





(90년대에는 욕조 타일에서 뮤직 비디오도 틀어줬다!? 안타깝게도 'Rattle By The Rush'는 'Father to a Sister of Thought'와 더불어 싱글컷된 곡임에도 그리 흥행하지 못했다. 말크머스 왈, 대마를 한 상태에서 들었을 때는 이게 히트곡 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나.)





(보통 [Wowee Zowee] 최고의 트랙으로 자주 뽑히는 곡. 불안한 공기를 유발하는 기타 연주와 미국의 중산층이나 의료 환경을 상당히 적나라하게 까내리는 듯한 가사가 특징적이다.)




기대와는 달리 상당히 엇갈리는 반응을 얻게 된다.


몇몇 평론가들은 [Wowee Zowee]는 다소 엉성하고 미완성된 것처럼 보이며, [Crooked Rain, Crooked Rain]의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이 밴드의 작업물의 퀄리티를 어떤 방식으로든 저하시킨 게 아니냐, 아예 성공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냐는 의문을 던지는 등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음.
당연히 앨범의 실험성이나 무위성을 칭찬하거나 로버트 크리스트가우처럼 가사를 호평하는 평론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썩 호의적이지는 않는 팬들의 여론을 돌려놓기에는 부족했다는 듯 하다.


밴드의 원년 멤버이자 기타를 맡는 스콧 캔버그에 의하면, 당시 앨범이 다소 급하게 만들어졌고 시간을 더 들였다면 좋았을 거라 말하는 등, 앨범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상업적으로도 2009년 기준으로 봐도 전작에 비해 판매량이 절반 가량으로 떨어지는 등, [Crooked Rain, Crooked Rain]으로 가져온 성공을 제 발로 차버렸다는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때였음.








이 때쯤 있었던 대표적인 사건이 1995년도 Lollapalooza의 엉덩이 까기 퍼포먼스가 있겠다.


[Wowee Zowee] 발매 년도에 Sonic Youth의 요청으로, Pavement는 대형 페스티벌 Lollapalooza에서 공연하게 된다.
그러나 Pavement가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과 룰라팔루자의 관객들이 원하는 음악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었다. 
(대형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건 몇몇 순수주의를 자처하는 인디 록 팬들 입장에서는 심기불편한 일이었는데, 특히 신보의 평가도 좋지 않았기에 밴드 팬들의 여론도 영 좋지 않았을 것이다...)


분위기가 나빠지며 공연장에는 쓰레기와 진흙이 던져 졌고, 결국 'In The Mouth A Desert'를 연주하려던 찰나, 말크머스가 가슴팍에 진흙을 얻어 맞자 공연을 아예 중단해버린다.
거기다가 스콧이 빡돌아서 엿을 날리고는 엉덩이를 까며 조롱하는 것으로 룰라팔루자의 공연이 불미스럽게 끝나버린 것... 밴드는 자신들은 이런 곳에는 잘 맞지 않다는 것만 깨달았다고.










밴드는 호주 투어 중에 잠깐 짬을 내어 (사실 친구이자 음악적인 동료였던 Silver Jews의 데이비드 버먼이 녹음 일정을 펑크냈을 때 들어가서 녹음했다는 썰이 있다.) 짧은 EP [Pacific Trim]을 녹음하기도 한다. 






(EP의 첫 트랙인 'Give It a Day'. 짧고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이다. 개인적으로는 3집보다 이후 발매될 4집의 음악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글을 한 뭉텅이로 쓰니 자꾸 날라가서… 여기부터는 자르고 2부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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