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인천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입니다
테서랙트
2025-08-21 23:11:55
조회 103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785262
마음은 너무 답답하고, 누굴 붙잡고 하소연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라
제가 유일하게 자주보는 일마갤에
익명에 힘을 빌려 하소연 좀 할라니까
이해 부탁드립니다
오늘 저는 소중한 동료를 잃었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실 저도 다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저 아닌 척하며 묵묵히 버티고, 출동 벨이 울리면 또다시 현장으로 나아갑니다.
저 역시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구조대, 구급대가 투입되었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참혹하고 암담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이라고 쓰여 있지만,
저는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동료는 여러 겹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었고,
끝내 혼자 감당하지 못한 채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이라 믿습니다.
소방관이 가장 큰 우울감에 빠지는 순간은,
인류애가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이태원 현장에서 우리는 끝없이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자기만 먼저 살려달라고 소리쳤습니다.
옆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본인의 상처를 소독해 달라며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태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화재 현장, 구조 현장 곳곳에서
“내가 저런 사람들을 살려서 무엇 하나” 하는 회의감이
우리 마음을 깊이 갉아먹습니다.
열악한 근무 환경,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민원과 무시 속에서
많은 대원들이 조용히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려 애쓰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또 한 사람의 동료를 잃었습니다.
그의 고통을 다 알지 못했기에 더 아프고,
그를 지켜주지 못했기에 더 슬픕니다.
부디 이제는 모든 고통과 기억에서 벗어나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남은 우리는 결코 그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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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젠 그대가 없는 줄 알면서도,
마치 언제든지 무전기에 대답할 것만 같다.
그대는 누구보다 강했지만,
강한 사람일수록 더 깊이 상처받는다는 걸
우린 너무 늦게 알았다.
불길은 껐지만, 마음 속 불길은 꺼주지 못했다.
그게 우리 모두의 죄다.
사람들은 소방관을 ‘영웅’이라 부른다.
하지만 영웅은 인간일 수 없다는 걸 잊는다.
눈에 밴 연기 냄새는 씻어내면 사라지지만,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살리지 못한 얼굴, 손끝에서 놓쳐버린 생명,
그 모든 것이 그대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걸
정작 우리는 다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대는 우리 앞에서 웃었고,
뒤돌아서는 누구보다도 고단했을 것이다.
쉴 새 없는 출동, 낡아가는 장비,
끝없는 근무와 낮은 처우.
세상은 우리를 치켜세웠지만,
정작 우리를 지켜주진 않았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 출동하지 않는다.
비어 있는 자리가 너무 선명하다.
우린 여전히 불길 속으로 달려가지만,
그대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발걸음을 떼고 있다.
“괜찮다”는 말조차 쉽게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린 또 하루를 버틴다.
부디, 그곳에서는 편히 쉬어라.
사이렌도 없고, 불길도 없는 곳에서.
우리가 끝내 지켜주지 못한 평안을
하늘이 그대에게 허락하길 바란다.
그리고 남은 우리는 다짐한다.
그대가 남기고 간 무거운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소방관도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소방관도 울 수 있다는 현실을,
세상에 끝까지 전하겠다고.
그대여, 고생 많았다.
이제 정말, 편히 쉬어라.
-오늘 우리를 떠나간 동료에 대하여.
인천 소방서 소방교 ---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