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정보]
펜더 트위드 진공관 기타 앰프 자작기 1
예전부터 자작 이펙터야 쭉 많이 만들어왔었지만
언젠가부터 꼭 기타 앰프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싶다는 그런 인생의 목표가 있었음
관련 유튜브 채널을 많이 보기도 했고 빈티지 장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앰프에도 눈이 슬슬 가기 시작했던게 이유였던거같음
근데 앰프는 워낙 쓰는 전압도 높은편이라 안전문제도 있고, 이펙터 제작에 사용되는 것들이랑은 좀 차이가 있는 부품들을 쓰기도 하고, 부품 사느라 들어가는 예산도 많은지라
그냥 쭉 공상으로만 머물었었는데
한번 과감하게 도전해보는것도 좋을듯 싶어서 이번해 초에 프로젝트를 개시함
거두절미하고 집에 이미 마샬 진공관 앰프(DSL1HR)가 있기는 한데 왜 앰프를 또 만들었나?
몇년 전부터 블루스같은걸 계속 듣다보니 꼭 펜더 진공관 앰프, 특히 그중에서도 블루스, 컨트리, 로커빌리 등등에 잘 어울린다는 빈티지 트위드 앰프를 써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
블루스용 빈티지 진공관 기타 앰프 하면 펜더 블랙페이스도 있고, 복스 AC30도 있고, 마샬 JTM도 있고 한데 왜 굳이 펜더 트위드였냐면
나는 왠지는 잘 모르겠어도 이 트위드 바이브롤럭스 5F11 회로가 끌리더라고
트위드 시대 앰프중에는 인지도가 약간 떨어지는 편이라 그런거 같기도 하고… 진공관 비브라토 이펙터가 내장돼있다는 유니크함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내 스스로도 이게 끌리던 이유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걸 만드는 대신 사볼까 고민도 좀 해봤었는데
막상 이걸 만든 펜더에서는 다른 메이저한 트위드 앰프들과는 달리 얘는 단종 이후에도 복각을 한 이력이 없어서 기성품 구입은 실제 50년대 60년대 오리지널 말고는 방법이 없었음
근데 50년대 후반~60년대 초 생산분들은 지금 중고가격이
…ㅋㅋ ㅅㅂ
보면 알겠지만 저게 저렴한 매물들부터 나열한거고, 부품 교체 이력 없음 + 외관 깔끔한 콜렉터급 매물들은 거의 8천 9천달러까지 올라가더라
돈없는 대학생 형편에서는 도저히 구입을 할 엄두도 못낼 가격인데
심지어는 생산된지 70년이 가까이 된 빈티지 앰프들이다보니 소리 잘 나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안에 부품이 뒤지면서 고장날 수 있다는 리스크까지 안고 가야됨
당연히 주변 지인중에 저걸 이미 가지고 있더라~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만져볼수도 없었고
그냥 얌전히 부품 모아서 자작이나 해보자... 로 메타를 변경했던거
약간 긴 이야기였지만 내가 팔자에도 없을 앰프 자작을 결심하게 된 스토리임
회로도랑 와이어링 레이아웃을 모조톤에서 자기네를 자작 앰프 키트 만들때 참고하라며 배포해놨길래 전반적인 작업은 이걸 보면서 진행했음
2편에 나올 내용이긴 한데 참 여러모로 도움받은게 많은지라 이번 프로젝트에 쓸 부품이랑 이것저것 모조톤에서 사게 된것들도 꽤 있음
프로젝트 시작일은 2025년 3월 중순.
일단 기타 앰프를 만들기로 했다면 가장 중요한 기판부터 만들어야겠지?
빈티지 펜더 앰프들은 1960년대 중반까지 페놀 재질 보드에 구멍을 뚫고 아일렛을 박아넣어서 기판을 만들어 썼는데
나는 국내에서는 원하는 색, 원하는 두께의 보드를 규격 맞춰서 잘라주는 업체를 결국 못찾아서 알리 쪽에다가 FR-4 재질 보드를 주문하게 됨
그렇게 규격 맞춰서 주문한 FR-4 보드가 3월 22일에 도착을 함.
근데 이게 사진으로는 잘 안보여도 20달러쯤 정도 준거 치고는 모양이 좀 삐뚤빼뚤하게 잘려서 왔더라고
거기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국내에 훨씬 저렴하게 해주는 곳도 있었는데 내가 병신같이 못찾았던거더라
아무튼 이제 기판 가공 작업 시작.
아까 위에서 봤을 회로도 레이아웃을 최대한 실제 기판 크기에 맞춰 인쇄해놓고 잘라서 보드에 붙여주고
그대로 아일렛을 박을 위치 및 배선용 구멍을 뚫을 위치를 송곳으로 찍어 눌러서 표시를 해준 다음에
전동드릴로 구멍을 뚫고 아일렛을 박을 수 있는 크기까지 확장해줬음
그리고 아일렛이 들어갈 위치에는 저렇게 박아서 나중에 납땜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준다
이게 바닥에 놓고 망치질을 해야되는거라
혹여나 층간소음 이슈가 있을까봐 오후 수업만 있던 날 평일 오전 11시 정도쯤 이웃이나 아랫집까지 다 외출했을 타이밍에 재빠르게 끝냈음
아무튼 이렇게 아일렛을 전부 박아주고 기판을 완성함
나중에 알았는데 오리지널 기판보다는 사이즈가 조금 작게 완성됐더라고
기판을 완성을 했으니 이제 위에 부품들을 실장해줄 차례인데
1/2W 카본 필름 저항 + 1N4007 다이오드 + 22AWG 규격 와이어는 국내에서도 아주아주 쉽고 저렴하게 살 수가 있으니 자주 애용하는 부품 샵에 주문해다가 바로 받아서 땜질해줬음
근데 나머지 부품들 태반은 국내에서 구하기가 워낙에 힘들거나 욕 나올정도로 비싸길래 기타 앰프용 부품들만 전문으로 파는 해외 샵에서 직구를 했음
내가 기판용 부품 + 이것저것 잡다하게 주문했던곳이 이 Amplified Parts라는 샵인데
국내에서는 찾기조차 힘든 가로축 머스타드 필름 커패시터가 저가형 - 메인스트림급 - 프리미엄 핸드와이어드 앰프용 이렇게 다양하게 있어서 선택지의 폭이 넓기도 했고
해외 자작 앰프 커뮤니티에서 반응도 나쁘지 않길래 여기서 여러가지로 일괄 구매했음
한국에선 구하기가 어렵거나 지나치게 비쌌던 기타 앰프용 필름 커패시터(가로축, 630V 내압) + 고용량, 고내압 가로축 전해 커패시터 + 고저항 포텐셔미터 + 스위치 + 오디오 잭 위주로 구입했던걸로 기억함
시간이 흐로고 4월 10일이 되어서야 도착을 한 부품들
빠진거 없이 제대로 도착한게 맞는지, 꺼내서 아일렛 구멍에는 문제 없이 잘 들어가는지 하나하나 확인을 해주고 나서
이렇게 하나하나 납이랑 인두기로 실장을 해줌
기판에서 나오는 와이어들은 나중에 섀시에 실장할때 바로바로 적당한 길이로 잘라다가 연결할 수 있도록 예상되는 길이보다 조금 길게 써서 배선해줬음
일단 집에 있는 유일한 배선재가 저번에 대량으로 구매해놨던 실리콘 피복 22AWG밖에 없었던지라 이걸로 배선해줬긴 했는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심재가 더 굵은 18AWG같은거 사서 배선해줬으면 훨씬 안정성도 높아지고 좋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좀 남긴 하더라
사족이지만 원본 트위드 앰프는 정류 다이오드로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는 셀레늄 다이오드를 사용함
그래서 기판 우상단에 보면 이렇게 셀레늄 다이오드가 달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류 다이오드 고장 등으로 유지보수를 몇번 받은 앰프들은 셀레늄 다이오드 배선을 떼어내고 이렇게 아주 익숙한 실리콘 다이오드로 바꿔서 달아놓은걸 볼수 있음
내 경우는 셀레늄 다이오드까지 구해다 달기는 좀 애매한데다 참고한 배선도도 실리콘 다이오드 기준으로 돼있길래 그냥 실리콘으로 퉁쳤음
이렇게 기판과 주요 부품 실장까지 모두 완료해놓고 6월 초까지 방 한켠에 적당히 걸어놨음
부품을 더 살 예산도 없었던데다 저맘때 쯤 엄청 학기가 바빠져서 잠시 대학생 모드로 복귀했던 때라
후일을 기약하며 일단은 프로젝트를 잠시 학기 끝날 쯤까지 보류했던거
작업 진도를 한두달 가까이 못뺐었지만 가끔 벽에 저렇게 걸어놓은거 슥 보면서 참 예쁘긴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거같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