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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밴드 기타 절대 사면 안되는 이유

Rane
2025-10-08 21:48:41
조회 124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887445



제목을 약간 어그로 끌리게 짓긴 했는데


조금 더 이 글을 쓴 목적에 맞춰서 제목을 다시 쓰자면 "에어로밴드 기타를 (입문자와 초보자가) 절대 사면 안되는 이유" 라고 쓰는게 조금 더 적합할듯 싶긴 함


지금이 추석 시즌이다보니 꼬꼬마나 학생들 중엔 분명 친척들한테 용돈받은 걸로 기타 사서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을듯 싶은데


큰맘 먹고 입문한답시고 이 기타라고 불러주기도 힘든 물건에 헛돈을 쓰는 안타까운 케이스가 나올거 같아서 쓰는 글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물건은 "이미 기타라는 악기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을 위한 많이 비싼 장난감"이고,


입문자 초보자가 산다면 십중팔구는 돈 버리는 수준의 물건임


아래부터는 왜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지 천천히 설명해줌



1. 필수적인 주법들을 칠 수가 없다

이 에어로밴드 기타의 가장 큰 특징이자 셀링 포인트는 금속 줄 대신 지판에 압력을 감지하는 실리콘이 붙어있단 거임


줄 대신 넣어놓은 저 실리콘은 부드러운 재질이니 오래 눌러도 손가락이 안 아프다! <- 이게 얘들 셀링 포인트인거지


근데 저런 구조를 채택했기 때문에 생긴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음


기타에는 저렇게 줄을 잡고 끌어올려서 음 높이를 올리는 밴딩, 그리고 흔들어서 피치를 흔드는 비브라토라는 주법이 있는데,

특히 밴딩은 일렉기타에서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메이저한 주법이기도 함.

근데 에어로밴드 기타 저건 줄을 잡고 끌어올리고 자시고를 떠나 실리콘이 아예 지판에 접착돼있는 구조라 저 주법들을 사용하는게 아예 불가능함

(영상 12분 15초부터 참고)

밴딩 비브라토만 안되면 또 모르겠는데, 해머링, 풀링, 태핑, 왼손 뮤트, 하모닉스같은 약간이라도 설계 범위를 벗어나는 변칙적인 주법들은 구현에 심각한 하자가 있거나 아예 지원을 안하는 레벨임.

이런 입문자 초보자용 악기로서의 기능적 하자가 심각한 물건으로 입문을 하겠다는거 자체가 어불성설인 셈



2. 저렴한 편도 아님

에어로밴드 기타의 국내 정발가는 65만원, 해외직구로 구입한다면 이것보다 약 10만원 정도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가격대임.


근데 저정도 가격대는 통기타, 일렉기타 가리지 않고 입문 가격대 악기 중에서도 상당히 준수한 빌드 퀄리티의 악기를 살 수 있을 가격대이기도 함.


게다가 요샌 국산 브랜드 입문용 악기들의 퀄리티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상향평준화돼서


어느정도 리뷰가 쌓인 그런 검증된 브랜드에서만 산다면 절대 피를 볼 일은 없음


근데 1에서 뭐라고 했지? 거의 필수에 가까운 주법들조차 하자 투성이로 구현해놓은 급의 물건인데


기왕 돈 쓰는거 그런걸로 입문하는거보단 진또배기 악기로 입문하는게 훨씬 합리적이지 않겠느냔거임




3. 톤 공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인터페이스

이건 통기타보다는 일렉 쪽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진 부분인데,


일렉기타에서 연주 실력 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 바로 이펙터, 앰프 등등을 사용해서 얼마나 듣기 좋은 음색(톤)을 능숙하게 만들 수 있느냐임


근데 이 에어로밴드 기타는 내장 음색 라인업이 통기타 1, 통기타 2, 일렉기타 1, 일렉기타 2 ... 식으로만, 그것도 내장 사운드 9개 중에 일렉기타 선택지는 단 2개밖에 없을 정도로 자유도가 떨어지는데, 심지어 저렇게 저장돼있는 사운드를 편집하는 기능조차 지원하지 않음


백번 양보해서 어쿠스틱 악기야 그럴 수 있는데, 일렉 사운드를 저렇게 성의 없이 나눠놓고 세부 톤 세팅조차 못하게 만들어놨단 얘기는


실제 일렉기타를 운용하듯 앰프와 이펙터를 사용하듯 내가 원하는 기타 음색을 만드는게 아예 불가능하단거임


좀 더 와닿게 말하면 우리가 일렉기타하면 떠올릴만한 그런 좡좡좡 즁즁즁 거리는 멋드러진 음색을 만들 방법을 내부적으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거


물론 나중에 앱 업데이트로 톤 메이킹 기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후 지원을 기대하느니 그냥 실제 일렉기타와 앰프를 사는게 맞을거라 봄




4. 기존 장비들과의 호환성 문제, 입문자들에겐 유명무실한 미디 출력 기능

3에서 이어지는 내용임


에어로밴드 기타에 탑재된 오디오 아웃풋 단자는 음색 쪽으로나, 신호의 크기 (및 임피던스) 쪽으로나 일렉기타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펙터나 앰프와는 제대로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실제 일렉기타에 사용되는 앰프나 이펙터를 따로 마련했다고 해도 연결했을 땐 정상적으로 소리가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큼

그럼 얘들이 줄기차게 광고한 USB-C 미디 출력 기능은요? 그거 쓰면 소리 다양하게 낼 수 있다는데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웃기게도 저 미디 출력 기능도 그냥 태블릿이나 컴퓨터랑 연결한다고 끝이 아니라 제대로 쓰려면 DAW나 가상악기같은 부가적인 요소들을 또 마련해고 세팅해야 함

그리고 저것들이 제대로 마련돼있는데다 또 능숙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전부터 음악을 취미로 해오던 사람일 가능성이 클 거고

높은 확률로 이 에어로밴드 기타로 막 음악을 시작한 입문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거임

이 문제점때문에 자연스럽게 3번의 저 톤 메이킹 자유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는건 덤임



5. 하자 투성이인 레슨 기능
에어로밴드 기타는 전용 앱에서 자체적으로 유명한 곡들의 레슨 기능을 지원함

덕분에 좀 유명한 곡들은 전용앱에서 바로바로 배우거나 같이 합주하듯 칠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레슨 갈 시간도 예산도 없고, 시작하자마자 뭐부터 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건 분명 장점이 맞긴 맞음



이건 실제 에어로기타 전용 앱을 깔아서 신곡 차트에 들어가본거임


신곡이라고 올라와있는 곡들이 몇년도 더 전에 나온 곡들인데다


메인화면에 자랑스럽게 "매달 신곡 업데이트"라고 써놓은거 치고는 전체 곡의 갯수도 빈약함


아마 어느 순간부터 업데이트가 아예 중단된 것으로 보임


본인이 원하는 곡이 좀 최신 곡이다? 아마 높은확률로 여기에는 없는 곡일거임


실제 곡을 다운받아서 레슨을 시작하면 아주 가관임


원곡이 그대로 재생되는것도 아니고, 메트로놈 (이것도 설정 들어가서 켜야 제대로 나옴)에 보컬만 달랑 나오는 참 빈티나는 구성인데


보컬 분이 어딘지 모르게 특정 국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주 예술적인 딕션과 발음을 구사하시는건 덤임





굳이 저런 레슨 기능에 목 매달 필요도 없는게


유튜브만 들어가봐도 이렇게 타브 악보가 포함된 플레이스루 영상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음악 이론까지 세세하게 알려주는 유튜버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유튜브만 사용할 줄 알아도 저기서 자랑스럽게 말하는 레슨 기능은 대부분 대체 가능하다는거


좋게 말해서 미니멀 디자인이고 나쁘게 말하면 원가절감 수준으로 디자인한 앱으로 낑낑대며 연습하느니


실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원곡에 맞추면서 연주해보는게 훨씬 곡 습득에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게 내 의견임




6. 실제 기타로 건너갈 때의 어려움 유발
만에 하나 이 에어로밴드 기타를 입문용 악기로 구입한 너가 왕초보 구간을 넘기고 제법 그럴싸하게 연주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쳐보겠음

언제까지고 이런걸로 연주할 수만은 없으니 분명 어느 순간부터는 실제 기타로 넘어가려고 할거임

근데 누누히 얘기했다시피 이건 실제 기타와는 너무나도 다른 악기임

아까 얘기했던 주법 미구현, 반쪽짜리 구현 문제도 그렇고,

연주감이나 각종 편의 기능들의 부재, 또 새로 숙지해야되는 분야가 있다는 점에서도 너무나도 다르다는거

심하면 아예 새로운 악기를 만지는 듯한 기분이 들 가능성도 높음

기타를 쉽게 치겠다고 한 선택이 어느 순간부터는 역으로 실제 기타로 옮겨가는걸 막는 방해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음


기초 연주법 부분만 이 에어로밴드 기타로 습득한다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어느 악기판을 둘러봐도 중급자 정도 되는 사람이 실력 정체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엔 그 악기를 접게되는 케이스를 어렵잖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실력은 어느정도 쌓였는데 아직도 손가락이 아파서 저 에어로밴드 기타가 아닌 실제 기타로는 조금도 못친다던가, 배워야 하는것들이 계속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상황들이 스스로를 자괴감 들고 연습 의욕까지도 떨구게 될지는 한번쯤 생각해봄직 하지 않나 싶음



7. 총평 및 결론

실제 기타 입문자들이 정말 공부하고 연습해야할 부분들은 제대로 커버해주지 못해주는데


온갖 유명무실하고 쓰잘데기 없는 부가기능들만 가지고 입문자, 초보자용 악기라며 홍보를 하고있는 양심이 터져버린 물건이라 평가할 수 있겠음


과장이 아니라 이건 정말로 전용 앱 딸린 시크릿 쥬쥬 노래하는 기타 업그레이드 버전이나 다름이 없음


저 시크릿 쥬쥬 기타는 그래도 자기네들 제품이 장난감이라는 인식이라도 있고, 마케팅도 그런 쪽으로 하는데 반해


자기들 제품이 장난감 수준이라는 메타인지조차 못하고 초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악질임



난 에어로밴드 기타가 아니면 절대 안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는걸 내가 말릴 수는 없겠지만


60만원이 대부분 사람들에겐 절대 적은 돈도 아닌데 그걸로 이렇게 초보자들에겐 적합치 않은 장난감을 사느니


그냥 실제 기타를 사는게 좋다는게 내 생각이고, 적어도 어느정도 기타 짬이 쌓인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