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다시 기타를 붙잡게 해주신 그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LTD
2025-10-13 21:40:24
조회 77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898985


며칠 전,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타 생활을 정리해야 한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아버지의 사고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담이 생기면서, 마음 한켠에 너무나 소중했던 기타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이제 기타 생활은 끝이구나 하는 허무함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 분이 거래를 하시겠다면서 서울에서 저희 집까지 먼 길을 직접 와주셨습니다.
저희 집이 경기도 끝자락인데 일부러 찾아오신 거였네요.
저는 그저 평범한 거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기타 값을 확인해 보라고 주시고 잠깐 전화를 하시겠다고 나가셨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현금 봉투에 편지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선 이런 편지지에 글을 남겨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거래 중 놀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마갤에서 선생님 글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저 또한 이전에 제가 처한 상황 때문에 모든 장비를 팔아야 했고, 기타를 아예 놓아야 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뮬에서 나눔받은 기타로 소소하게 취미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상황이 좋아져 다시 기타를 치고 새 장비를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존 장비들 중 사용하지 않는 것을 처분했는데, 마침 선생님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꾸준히는 하지 못하더라도 마음 둘 취미 하나 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그렇게 노력한 취미를 상황 때문에 놓아버려야 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지, 그리고 다시 시작하려고 할 때 올라버린 가격들이 얼마나 아쉬운지 알기에, 제가 새 장비를 추가하는 것보다 선생님의 장비를 하나라도 지켜드리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엄청나게 여유롭지는 않아 다른 장비까지는 무리였지만
이 기타 하나가 선생님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구매한 기타를 선생님께 드리고 갑니다. 식상한 대사지만, 무료는 아닙니다.
선생님이 꼭 상황이 좋아지시는 것이 첫 번째 값이고, 상황이 좋아지셨을 때 누군가가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작게나마 도와주실 것이 두 번째입니다.
선생님께서 이걸 값싼 동정이라고 받아들이실까 봐, 또 제가 말도 안 되는 부자가 아니라서 그 돈에 아쉬움이 남긴 채 오랫동안 고민했으나, 그만큼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의 상황에 따라 기타의 처분은 달라지겠지만, 선생님 상황이 좋아지시는 날까지 이 기타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버지께서 쾌차하시고, 선생님께서도 기타를 마음껏 즐기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생신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기타는 받기 어려우시다면, 그냥 구매 후 빌려드렸다고 생각해주세요.




이 편지를 읽고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누군가의 진심이 이렇게 직접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공감 하나로 저에게 희망을 주신 겁니다. 덕분에 이 기타라는 취미를 완전히 놓지는 말자 라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기타를 한 대 받은 것이 아니라 저는 새로 시작할 희망을 받았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전하겠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빌려서 저희 집까지 직접 찾아와주신 이름 모를 그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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