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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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쎄이]기타와, 지금까지
DqXkp
2025-10-19 22:38:27
조회 48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3912645
내가 기타를 처음 치고싶다고 생각한건 언제였을까.
잘은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1년정도 해봤던 바이올린, 5~6학년 시기까지 띄엄띄엄 몇년간 만져본 피아노.
무언가 막연히 하고싶어서 하긴 했다만 열심히는 아니었던 것 같다.
지브리ost, 애니송을 치려고는 했지만 연습은 정말로 못즐기던 경험이다.
그나마 4학년즈음해서 2년 가량 드럼은 정말 열심히 했었는데 그쪽으론 또 특별히 하고싶은 곡이있거나 동경이 있던게 아니라 그저 재미가 있었기에 했었다.
중학교 즈음해서 지금 듣는 음악들을 좀 듣기 시작했다.
이때부턴 확실히 언젠간 일렉트릭기타를 쳐야지라는 생각을 가졌다.
보컬로이드 곡들이나 레드윔프스 곡을 많이 들었었지.
그래도 이 시기까진 명확히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하진 않았다.
고등학교를 들어가며 진로도 바뀌던 9월, 지금까지 있던 제일 큰 전환점이었던 일, 자퇴를 결심하고 부모님과 진지하게 얘기를 했었다.
다행히 믿어주셨기에 10월에 자퇴를 하고, 이때 비로소 악기를 하나는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즈음에는 일본밴드들을 옛날 밴드부터 거슬러 올라오면서 들었는데, 그러다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밴드라 하면 반사적으로 나오는 범프오브치킨을 많이 듣게 되었다.
꿈만 꾸면서 꿈을 따라가겠다고 하는 나한테 그래도 된다고,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침 이 시기에 봇치더록이 방영했기에, 자연히 그 악기는 기타가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1년가량, 난 미술학원을 갈때마다 한끼씩 굶어가면서 용돈을 악착같이 모았다.
별 변화없는 시기가 지나고, 이듬해 9월.
처음에는 에피폰 레스폴 커스텀을 살까 싶었다.
깁슨이 비싼것도 있고, P90쓰기 어렵단 소리를 어디서 주워들은게 한몫했다.
그런데 신품 매물이 계속 없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결심해버린게 ’한번에 제일 갖고싶은걸 사자‘ 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때쯤에 두번째 기타에 대한것도 생각이 굳었다.
후지와라 모토오를 동경해서, 내 첫 기타는 이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주문하던 시점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쓰지않던 한 포인트, 23년식의 조금 다른 색상은 앞으로 내가 이것저것 모딩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12월 경, 픽가드를 갈았다.
범프 뮤비 이것저것에서 영감받고 별자국을 바탕으로 디자인했었다.
그리고 이맘때쯤이 수능을 치고 전년도와 바뀐 것 때문에 성적과 관계없이 충격을 좀 받았던 내가 유학을 가기로하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던 때기도 하다.
그러다가 1월, 일본으로 가닥이 잡히고 일어시험만 결과가 좋게 나오면 이번 해 입시도 해볼만 하단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2월에 난 탄자니아로 간다.
이새끼가 뭔 십소리지? 내가 잘못봤나? 싶겠지만 본 대로가 맞다.
나라는 정신나간놈은 입시를 한다면서 탄자니아에 한 달 자원봉사를 간다.
아예 연이 없는건 아니고 부모님 지인 중에 거기서 교육봉사단체 운영하는 분이 있어서 그 분 단체에 임시소속으로 가서 이것저것 도왔다.
왜 갔냐는 의문이 당연히 생길 것 같은데, 그냥 이 때 아니면 절대 안갈것 같아서 갔다.
간 김에 돌아오기 전 3박 4일간 잔지바르에 가서 프레디머큐리 기념관도 갔었다.
당연히 4개월차 뉴비가 한달을 쉬어버렸으니 내 기타실력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돌아와서 공부하면서, 올해 입시를 볼 수 있게만 조건이 되면 사이키델리즘에 오더를 넣겠다고 결심했다.
한 4월쯤이었나? 그시기부터 보드를 짜기 시작한다.
7월인가 8월에 일본에 잠깐 왔다가면서 공간계까지 사고 얼추 지금이랑 유사한 틀이 잡혔다.
이 시기 쯤에 천체관측 1절을 투트랙 커버를 하겠다고 녹음했던 기억이 난다.
결과적으로 몇마디씩 끊어가면서도 더럽게 못쳤다지…
그러다 결과가 나온 EJU, 목표했던 점수가 나왔다.
그래서 바로 사이키델리즘 오더를 시작한다.
최종 탈락이면 관세+배송내지는 비행기값까지 든다라는 일종의 나 자신한테 던지는 도박수였다.
아, 이 시점쯤이 1호기 레스폴도 이것저것 모딩이 많이 된 상태가 되었다.
아마 초여름이었던 기억인데, 남아돌던 알루미늄 케이스를 수공구로 자르고 갈아서 직접 트러스로드 커버를 만들어서 달아주고
한두달 뒤에 인토네이션 조절되는 그라프텍 브릿지로 갈아주고
픽업은 린디프랄린 5퍼 언더와운드 로우니켈커버로 교체했다.
이 상태에서 지금까지 들고 있는데 이 친구는 솔직히 더 건드리고 싶은 부분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별 탈 없는 몇 달이 지나, 이듬해 2월이 된다.
이사준비로 바빠지고 기타를 못치는 날이 많아졌는데 그렇게 3월로 넘어가서는 슬픈 결정을 해야했다.
이사가는 곳이 직항이 없어서 기타를 바로 들고갈 수는 없겠다는 것.
어쩔 수 없이 3월 말, 지금 이 글을 쓰는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또 한동안 기타를 손을 놓는다.
이사 후 며칠 뒤, 메일이 왔다.
금방 완성이라는 소식과 이 사진.
도쿄가 아닌 관계로 2주 정도만 기다려달라고 한 뒤에 4월 초에 신칸센타고 가지러갔다.
가서 첫날은 그냥 라멘먹고 악기점 돌아다니다가, 지유쿠칸에서 자는둥마는둥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후 2시쯤
사이키델리즘을 방문했다.
물론 지갑사정이 안좋은 나는 수령하자마자 신칸센타고 돌아와야 했다.
앞으로 절대 도쿄 1박 왕복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되는 경험이었다만, 돌아와서 하드케이스 열자마자 진짜 감동했던 하루였지.
그러던 4월의 막바지, 밴드를 들어간다.
그리고 1,2주 후 본가에서 국제택배로 레스폴을 보내줘서 레스폴도 들어오면서 지금의 구성이 된다.
몇 달간 별다른 특별한 것 없는 시간이 지나고 지난달에 첫 공연을 했다.
어쩌다보니 오리지널 곡만 하게되서 호응도 그닥이었고 실수도 많고 보컬 역할도 원래 나 말고 다른 기타에서 베이스로 넘어가는 등 엉망진창이긴 했지만, 그냥 내 기타를 들고 사람들 앞에 서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감격했다.
그리고 오늘
내가 기타를 치겠다고 결심한진 대략 3년
기타를 잡은진 정확히 2년
정말 짧다면 짧은 기간에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계속 잡고 있던것만 해도 어느정도 뿌듯함이 생기는 것 같다.
아까 연주글 올렸던거 재탕하고 마무리.
쓰고보니 뭔가 곳곳에 뜬금없는 짓을 하는거 같을텐데 진짜 저랬어
내가봐도 23~24년의 나는 광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