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장문주의) 념글 보고 써보는 기푸어 고백문

ㅇㅇ(115.138)
2026-03-19 23:24:57
조회 107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4249356


념글에 "비전문가에게 고가의 기타는 사치품이다."라는 글을 보고 옛날 일이 생각나서 써봄

원래 눈팅만 하다 글싸는거라 유동이지만 이해 부탁...


아마 다들 '카푸어'라는 단어를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본인의 소득에 맞지 않는 자동차를 거의 사채에 가까운 캐피탈을 끼고 할부로 구매하여 빌빌대고 사는, 그런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카푸어에서 유래해서 각종 X푸어 시리즈가 유행했으니 일붕이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런 단어인데,

부끄럽게도 과거의 나는 기푸어(기타+푸어)였던 시절이 있다.


때는 한창 코로나로 시끌벅적했던 2020년 여름 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일붕이들이라면 알고 있겠지만 이때 각종 증권시장은 저금리를 등에 업고 역대급 호황을 기록하고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 역시도 이때 호황의 호혜를 입어 국장으로만 단기간에 200만원을 400만원으로 불리는 역대급 수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익을 올린 것이 자신의 실력이라고 자만했던 나는 코인 시장, 그것도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선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코인 시장도 호혜였기 때문일까? 코인에서마저 나는 역대급 수익을 기록하며 어쩌면 노동으로는 모으지 못할지도 모르는 돈을 불과 3개월 만에 모으게 된다. (이때의 수익이 대략 7,000%)


아마 일붕이들도 "도박은 처음에 돈 딴 놈이 가장 불행한 놈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코인은 분명 도박과 다르겠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저 말이 맞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역대급 수익을 올린 나는 자신을 너무 믿은 나머지 나의 코인 투자 사상 가장 큰 금액의 포지션을 잡게 되고... 순식간에 청산을 당했다.

바이낸스라는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본 사람은 알 수도 있겠지만, 선물 거래에는 '스탑로스'라고 하는 특정 금액대가 오면 나의 손실을 방어하기 위해 자동으로 거래가 발동하는 옵션이 있다.

그런데 당시에 코인의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던 나머지 내가 지정한 스탑로스 가격에 거래가 발생하지 않고, 나는 약 3억이라는 돈을 순식간에 탕진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돈을 잃은 것은 어쩌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초에 시작한 돈은 그리 크지 않았고, 그깟 돈 과외 몇 달 해서 메꿀 수 있었으니까.

진짜 문제는 나의 과시욕과 달라진 소비습관에 있었다. 이때의 나는 더이상 평범하게 알바하는 대학생의 소비를 할 수 없었고, 현금 3억을 가진 사람처럼 돈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습관적으로 이곳저곳에 물쓰듯이 돈을 썼고, 점점 내 잔고는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당장에 쓸 돈이 필요했던 나는 생애 첫 대출이라는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모 은행사의 비상금통장 대출이었다. 특별한 소득이 없어도 3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라니! 거기에 쓴 만큼만 이자를 내라니! 내게는 너무 큰 유혹이었다.

그런데 대출이 무서운 점은 마치 대출받은 돈을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돈' 혹은 좀 더 심하게는 '갑자기 생긴 꽁돈'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잔고가 바닥을 치며 그나마 소비를 줄이고 있던 나는 다시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일렉기타 얘기로 넘어오자면, 당시 나는 일렉기타를 막 취미로 입문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난 사람이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하는 취미가 큰 인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일렉기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펜더, 깁슨 같은 브랜드에 로망을 가지기 마련이다.

당시에 중고로 40만원을 주고 산 에피폰 레스폴 커스텀 프로를 치던 나는 이미 소비에 대한 인식이 망가져 있었고 "그래 무리하더라도 펜더 정도는 쳐 줘야 기타리스트지."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생각에 몰두해 있던 나는 반드시 펜더를 사야만 했고, 결국 학자금대출, 신용대출 등 몇 가지 대출을 더 이용해 무려 펜더 커스텀샵의 스트랫을 신품으로 구매하게 된다.

그렇게 펜커샵을 가지게 되었을 때만 해도 꿈만 같은 기타 생활이 이어질 것 같았지만 기타 실력은 데칼이 향상시켜주지 않았다.


더더욱 슬픈 점은 내 빚을 펜더가 대신 갚아주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매달 내야하는 대출 이자와 각종 생활비에 허덕이며 휴대폰깡, 주변 지인 3금융권을 전전하던 나는 통칭 '개인돈'이라고 불리는 사채 빚에도 손을 댄다.

개인돈은 크게 두 가지로 사람을 유혹하는데, 하나는 '대출이 쉽다는 점' 나머지 하나는 '여러 번 거래를 하면 고액을 대출해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20만원을 빌리고 일주일 뒤에 30만원을 갚고, 곧바로 30만원을 또 빌리고 보름 뒤에 50만원을 갚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며 결국 당장 쓸 돈에 급급하게 돈을 빌리며 나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기푸어'의 삶이 완성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금융권 대출이든, 사채 빚이든 연체된 적은 없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게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히 사소한 계기였다.

매번 나에게 돈을 빌려주던 개인돈 업체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잠수를 타고 사라졌고, 돈을 빌려야 했던 나는 머리에 뭔가를 맞은 듯 멍한 기분이 들었다.

'왜 나는 이 사람들한테 돈을 바치고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고 그제서야 내가 뭔가 한참 잘못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무리해서라도 과외를 8~9개까지 늘려가며 돈을 벌었다. 과외가 잠깐 끊기는 순간들에는 쿠팡이든 노가다는 나갔다.

그렇게 4년을 일하고서야 작년 말, 모든 대출을 깔끔하게 털어낼 수 있었다.


이쯤까지 읽었다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펜커샵은 왜 안 판 거냐?'라든가 '그래서 그 펜커샵은 어떻게 됐는데?'라는 생각들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기타는 아직도 내 수중에 있다.

한창 빚에 허덕일 때도 기타를 팔지 않았던 이유는 또 지금도 그 기타를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이유는 별 게 아닌데, 마치 나에게는 이 기타가 전쟁의 상흔같은 느낌이라서 그렇다.

'내가 누구보다도 바보 병신같은 짓을 했다는 증거'로 이 기타는 내 옆에 있고, 가끔 내 손에서 음을 울리곤 한다.

반대로 나도 이 기타를 보며 '더 이상은 그런 바보 병신 짓은 하지 않을테야.'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분명 기타는 사치품이다. 그리고 사치품이라는 것은 자신이 그것을 사고 가지고 싶다면 얼마든지 구매해도 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내가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실력에 과분한 기타는 없어도 벌이에 과분한 기타는 있다는 것이다.

부디 이 글을 읽는 일붕이들은 나처럼 바보같은 허영에 빠져 바보같은 소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174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2026.03.19 23:26:13
ㅇㅇ (115.138)
야 이 악마야
2026.03.19 23:26:42
174
@ㅇㅇ(115.138) 맨위에 쪼금읽고 부거달라고 댓글달았다가 밑에부터읽으니까 싸해서 더읽고 지움 시발미안해요 ㅠㅠㅠㅠ
2026.03.19 23:28:38
봇치기타주세요
개추
2026.03.19 23:27:10
앙팡맨
사실 저도 울트라2 살 때 손이 좀 떨렸더랬죠 - dc App
2026.03.19 23:28:07
김두치
글 왤케 잘쓰냐 몰입력 좆되네...
2026.03.19 23:28:31
Burning
ㄹㅇ이가 - dc App
2026.03.19 23:29:34
미드나읻톤
망가진 뇌 어떻게 복구하셨나요 - dc App
2026.03.19 23:29:37
주부습진
그 펜커샵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주고가
2026.03.19 23:29:46
피포파
필력 좃댄다
2026.03.19 23:30:04
미소녀여고생
펜커 보여줘
2026.03.19 23:3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