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동무는 깁슨과 펜더 어느쪽으로 가겠소?"
Wbhs
2026-04-10 00:31:09
조회 63
추천 10
원본 URL https://gall.dcinside.com/m/electricguitar/4286884
형사들이 들이민 서류 뭉치 위로 4월의 날카로운 햇살이 떨어졌다. 취조실 안에는 퀴퀴한 종이 냄새와 군화 기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장교는 만년필 끝으로 책상을 톡톡 치며, 박제된 천재의 유언처럼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봐, 김일붕. 고집 그만 피우고 선택해. 깁슨(Gibson)인가, 아니면 펜더(Fender)인가?"
그것은 단순한 악기의 선택이 아니었다. 묵직한 험버커 픽업의 밀도로 세상을 짓누르려는 자들과, 날카롭고 명징한 싱글 코일의 소리로 체제를 선전하려는 자들 사이의 강요된 이분법이었다. 장교는 일붕의 눈앞에 번쩍이는 크롬 하드웨어가 박힌 펜더 한 대를 밀어 넣었다.
"이걸 잡게. 이 맑고 쟁쟁한 소리가 우리 조국의 내일을 찬양하기에 얼마나 적합한가. 저 무거운 깁슨의 소리는 자네 같은 학생에겐 너무 음습해."
일붕은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처럼 파리해진 영혼이 취조실 구석에서 떨고 있었다. 시험 공부를 전폐하고 기타 줄에 매달렸던 나날들, 그러나 단 한 치의 진보도 없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던 그 무의미한 소음의 미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태초의 울림과도 같은 그 단어를 뱉어냈다.
"모모세(Momose)."
장교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설마 저 구석진 곳의 수제(手製) 브랜드를 말하는 건가? 제정신인가? 이건 국가적 결단이야! 자, 다시 묻겠다. 펜더인가, 깁슨인가?"
일붕은 광장에 선 미친 사나이처럼, 혹은 닫힌 회로를 깨부수려는 박제된 조류처럼 목청을 높였다.
"모모세!"
취조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장교는 펜더의 넥을 움켜쥐며 으르렁거렸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 모호한 장인의 손길 뒤로 숨겠다는 거야? 거긴 공방이 아니야! 아무도 자네의 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골방일 뿐이라고!"
그러나 일붕은 굽히지 않았다. 깁슨의 육중한 권위도, 펜더의 날카로운 규율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손끝이 기억하는 그 세밀하고도 고집스러운 울림. 비록 매일같이 반복해도 발전 없는 연주라 할지라도, 강요된 이분법의 바다에 빠져 죽느니 차라리 그 작은 공방의 울림 속에서 침몰하리라 다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중립국을 외치는 망명객의 심정으로 취조실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모모세! 나의 공방은 오직 모모세뿐이오!"
모모세 사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