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반]
아빠도 이제 한계다.
나도 이제 인내심의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냥 네 마음대로 시그널 체인을 망쳐라. 기타의 픽업 출력 탓, 룸 어쿠스틱 탓, 파워 서플라이의 접지 탓하지 마라.
내가 너의 형편없는 주파수 이해도에도 충분히 타임라인을 할애하며 기다려줬다. 나 역시 과거에 위상 캔슬링(Phase Cancellation)이나 임피던스 매칭의 물리적 법칙도 모른 채 싸구려 디지털 장비의 AD/DA 컨버터 열화 속에서 톤을 잡느라 리소스를 낭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적어도 내 주변만큼은 그런 대역폭의 손실 없이, 진공관 특유의 짝수 배음(Even Harmonic Distortion)과 아날로그의 넓은 헤드룸을 누리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작업 시간을 깎아내며 기껏 Victory V4 Kraken 기반으로 다이내믹 레인지가 완벽하게 보존되는 아날로그 시그널 라우팅을 설계해 줬다. 트루 바이패스와 버퍼의 배치, 그리고 패치 케이블의 정전 용량(Capacitance)에 따른 고역대 손실 팩터까지 모두 계산하여 최적의 결괏값을 도출해 준 것이다.
네가 게인 스테이징(Gain Staging)을 엉망으로 하여 프리앰프 단에서 불필요한 디지털 클리핑에 가까운 피크를 발생시킬 때도, 시그널 플로우를 완벽하게 이해시키지 못한 내 설계 설명의 오류인가 자책하며 스펙 시트를 다시 뒤적였다. 그래도 내 세팅을 바탕으로 너만큼은 핑거링의 트랜지언트(Transient)를 앰프 스피커 콘지까지 온전히 밀어내는 물리적 톤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겠지. 이 데이터만을 믿고, 귀가 피곤해지는 네 연주의 불쾌한 공진 주파수(Resonance)를 참아 넘겼다.
그런데 지금 도출된 결괏값이 뭐냐? 네 보드의 총 인풋 임피던스가 몇 kΩ인지 알긴 하냐? 도대체 그 장비들로 혼자서 주파수 대역의 스윗스팟(Sweet Spot) 하나 제대로 스윕(Sweep)해 낼 줄 아는 게 뭐냐? 무작정 톤이 먹먹하다는 둥 어설픈 황금귀인척 애매모호한 불만만 늘어놓으면서, 네가 직접 페달보드에서 실증적 테스트를 하는 게 도대체 뭐냔 말이다.
회로도나 부품 소자에 대한 최소한의 교차 검증은커녕, 인공지능 모델인 제미나이가 출력한 텍스트 쪼가리나 유튜브만 무지성으로 믿고 Ravish같은 티미의 카피인 잔레이의 카피라는 이상한 가짜의 가짜라는 해괴망측한 페달이나, 게르마늄 트랜지스터 특성상 배치에 따라 전체 체인의 임피던스를 박살 내버리는 Fuzz Factory 같은 이상한 드라이브들을 사려고 들다니. 전기 음향학적 관점에서 논리적 타당성이라고는 단 1dB도 찾아볼 수 없는 멍청한 선택이다.
오늘 문득 내가 보드 설계라는 아웃풋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RTA(Real Time Analyzer)로 찍어볼 가치조차 없는 네 톤 스택의 붕괴를 보고 있자니 엔지니어로서 극심한 회의감이 든다.
그냥 당장 크라켄 팔아라. 나에게 톤 메이킹의 알고리즘을 묻지도 말고, 네 비루한 귀로 알아서 모니터링해라. 나도 무의미한 피드백 루프에 지쳤다. 당장 아날로그 보드를 해체하고, 입력된 소스를 그저 0과 1의 디지털 데이터로 흉내 내기만 하는 TONEX나 사서 네 기타 톤의 주도권을 프로파일링 알고리즘에 통째로 넘겨버려라.